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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Jul 07. 2021

고양이를 데리고 갔다구요?

스페인을?

-고양이를 데리고 스페인을 갔다 온 거예요?

-헐, 대박!


이게 바로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스페인을 다녀왔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반응이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하지만 그 당시 계획으로는 나는 최장 2년까지 생각하고 스페인에 있을 계획이었고(4개월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주변에 그정도로 오래 고양이를 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이미 동물을 키우고 있고 아이가 있는 집도 힘들었으며(아이와 남의 집 동물까지 같이 키워달라고 하기가 참 미안했다.) 정작 우리집은 집에서 키우는 동물에 무지해 고양이가 부르면 오지 않는다고 괘씸해 할 분들이었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집에서 사람빼고 털 있는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라는 소신을 평생 지켜오신 분이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개 데려오면 집나가겠다던 아버지 -> 두달 후 팔불출] 


이런 훈훈한 공식을 기대하기도 힘든 분이셨다. 예전에 다 해봤으나 실패해 봤기 때문에 확실하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고양이를 데리고 스페인을 가기로 결정했다. 끊임없는 검색이 이어지고 뻑뻑한 눈을 굴리면서 나는 불안해졌다. 


1.서류가 너무 생소했고

2. 고양이가 받을 스트레스가 걱정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데려갈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는 있다는 것이었다. 검사, 항공요금을 계산해도 50만원 정도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하든 프리미엄이 붙듯 여분의 금액이 청구되리라는 건 계산에 넣지 않았던 금액이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덕분에 나는 서류부터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시켰다.


그런데 정보가 없어도 너무. 정말이지 너무 없었다.


원래 에지간한 정보는 네이버 검색만 해도 다 나오는 것이 아니었나? 그래. 없으면 유투브에라도 있겠지.


없었다. 한참을 뒤져도 네이버에 데리고 갔다는 후기만 있었다. 


저기. 선생님. 과정은요?


나는 그렇게 검색을 반복하다 [인천 국제공항 검역과]에 문의하고 서류 양식을 메일로 받게 됐다. 나는 분명히 영어를 할 수 있는데 까막눈이 된 기분이었다.

EU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총 5장이었는데 그 중 2장만 채우면 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인식칩과 광역병 예방과 항체 검사까지 필요하다고 했다. 눈이 핑핑 돌았다. 서류만 보면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해야지. 내가 보호자니까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그렇게 내가 '쌩고생'이라고 부르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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