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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Sep 10. 2021

[아, 심심해] 바나나라떼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기




  바나나우유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엔 바나나향이 더 진했고 더 달았고 더 컸던 것 같지만, 그건 시간이 흐려놓은 나의 기억 탓일 것이다. 그래도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아져버린 것 같은 어린 시절 목욕탕 친구는 여전히 꿀단지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침이었고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바나나우유도 마시고 싶었다. 두껍게 썬 바게트 한 조각과 어느 쪽이 잘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문득 바나나라떼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바나나우유에 믹스커피를 넣고 섞으면 끝인 간단한 레시피였다. 나는 카누 한봉지를 뜯고 바나나우유 반 개를 쉐이커에 같이 넣었다. 맛을 봤다. 농도가 딱 좋았다. 카누 한봉지를 마저 뜯어 넣고 바나나우유도 한개 다 넣었다.

  분명히 맛만 본 것 같은데 벌써 라떼 반절이 사라지고 난 후였다. 빈 속에 커피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터라 바게뜨부터 한 입 베어물었다. 순서가 좀 바뀐 것 같지만 어자피 속에서 섞이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남은 바게뜨를 바나나라떼에 살짝 찍어먹었다. 꼭꼭 씹으니 바닐라 라떼가 베어져 나오면서 입안에 달콤한 바나나 우유 맛이 먼저 퍼졌다. 그걸 먼저 삼키고 계속 씹으니 바게트 특유의 고소하면서도 살짝 산미가 올라오는 듯한 풍미 사이로 커피의 맛도 함께 느껴졌다. 혀끝에는 달면서도 쌉쌀한 맛이 닿으면서 동시에 코로는 잘 익은 바나나향이 물씬 올라왔다. 아침이라 내 후각이 덜 깼는지 커피향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렇게 먹고 나니 탄수화물과 당분이 공급되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졌다.


20대 초반에 나는 음식점에 가도 무조건 신기한 것. 모르는 것을 시켰었다. 물론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확률보다 높았고 3번에 1번은 후회할 정도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도 많이 걸렸었다. 룰렛 돌리듯 주문하는 날 보고 친구들은 못말린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동시에


쟤는 저런 걸 좋아하니까


라며 그냥 내버려뒀었다. 그러던 것이 요새는 영 재미가 없이 심심해져 버렸다. 새로운 것이 나와도 예전보다 흥미와 재미가 덜하니 도전하고 싶지 않아졌다. 심지어 가끔씩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열정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예전부터 알지만 새로운 것을 보듯이 대할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싶다. 아주 작지만 정성들인 태도로 아침 기분을 달콤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오늘도 나는 이렇게 예쁘고 새로운 도전으로 심심함에서 잠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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