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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Sep 16. 2021

아, 심심해

심심함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

  여느 휴일과 같이 평화로운 오후였다. 나는 집순이로 휴일을 보내는데 커다란 이벤트가 매주 필요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매번 핸드폰, 유투브만 함께하는 휴일이 계속 이어지자 정말이지

 

  심심했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이 순순하게 심심했다. 속된말로


[ㅈㄴ 심심했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꽤 잘하고 즐긴다. 사람들에게 치이는 일상을 벗어나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시간을 보내는 일을 정말이지 즐겁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심심했다.

  아무리 내가 파워 집순이라도 그렇지 '코시국'과 '인생 노잼 시기'가 겹친지 어느덧 2년.

  에지간 한 건 다 해봤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새로운 일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고 반복되는 일상에 해파리 처럼 떠다니는 시간이었다.


  분석하고 원인을 찾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지금까지 내가 해 봤던 일과 그리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쭉 생각해 봤다.


한국무용

캘리그라피

승마체험

기타연주

소도구 필라테스

스킨스쿠버

해외 여행

.

.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주로 배우거나 체험하고 싶은 것들 위주였다. 한 번쯤 체험해 보고 싶었던 것 치고는 꽤 열과 성을 다해 도전했던 것들이다. 저것만 생각해도 '참 좋았었지.'라며 눈가가 촉촉해 질 것 같은데 2년째 취소된 모든 뮤직페스티벌까지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릴 것 같았다.


  그 때 직장동료로 부터 카톡이 왔다.


[이런 건 어때요?]



  하루 하루 도전할 수 있는 작은 일들로 가득 찬 캘린더를 보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흥미가 생겼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지만, 난 뭔가 일을 저지를 때 제일 생기가 도는 사람이었다. 커다란 도전이 내키지 않는 다면(예를 들어 위험해서 보류중인 바이크타기 같은 것) 가장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들을 도전해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다 보면 심심할 때 까먹는 땅콩처럼 작은 낱알들이 쌓여 조금 더 큰 재미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아, 심심해]라는 말에서 시작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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