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인간 맞습니다.
학교를 짤렸다.
더 정확히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영어교실 재계약이 불발됐다.
몇년 간 별 탈 없이 지속해 오던일인데 이렇게 된 걸 보니 이번에 바꼈다던 계약 조건이 변수였던 듯 했다.
솔직히 말하면 알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쳐버린 일상에 변수를 신경쓰기엔 내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당시의 나는 내가 힘들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김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1. 다른 일자리를 발빠르게 알아봐 수입의 빈 구멍을 메운다.
2. 일을 그만두고 백수로 마냥 지낸다.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수업이 끝나고 나는 아직 입김이 나는 차 안에 앉아서 애꿎은 핸들만 문지르며 생각했다.
'아, 정말 징글맞게 하기 싫다.'
그래서 나는 3번을 택했다.
스페인에 가기로.
영 근거없는 생각은 아니었던 게 친구가 스페인에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협의 진행중이란 얘기를 했다.
같이 가자는 얘기를 하고 비자가 언제 체결될까 지켜보고 있던 상황에서
나는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가고 그 친구는 못갔지만 그 또한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불안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