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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May 09. 2024

(돌아)오긴 왔는데 좀 망한 것 같다4

우당탕탕 비행기 - 끝날 때 까진 끝이 아니다

그래서 제 고양이는 어떻게 된 건가요.


이게 바로 인천공항에서 내가 뱉은 첫마디였다.


놀란 직원이 큰일났다는 표정으로


'고양이요?'


하고 되물은 것 까지 정말이지 모두 거짓말 같은 일 뿐이었다.



스페인 발렌시아 - 모스코 - 인천을 제일 짧은 여정으로 계산한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모스코에서 환승을 하고 인천공항에 내려와 짐을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가방이 나오지 않았고


인천 공항 직원분이 오시더니


최근 내가 탄 A항공의 하청업체가 바뀐 탓에 짐이 잘 도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제도 짐가방 100개가 안왔다고 했다.


직원의 설명을 들은 많은 인원이 수화물을 위한 주소를 남기기 위해 기다릴 때,


나는 불안한 속내를 감추고 


'설마, 고양이는 왔겠지.'


라고 애써 스스로 다독이고 있었다.



갈 때도 맘대로 간 건 아니지만,


올 때도 맘대로는 아니었다.


발렌시아에 돌아 온 나는 동물 병원에서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있었는데


예약도 안 잡고 대뜸 찾아간데다 스페인어도 못하면서

내일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했기 때문이었따.


의사선생님께서 가능한 영어로 그리고 내 짧은 스페인어로 겨우 얘기하고 있는데


마침 병원에 왔던 보호자가 도움을 주었다.


온 몸이 개털로 덮여있던 짧은 머리의 여성은 활기차 보였는데


개를 구조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나는 감사하다를 연발하며 검사 및 구충제 투여를 마쳤고


집에 재빠르게 고양이를 데려다 놓은 뒤


의사선생님이 불러준 택시를 타고

(검역센터에 시간 맞춰 가야 된다고 택시까지 불러주셨다)


시 외곽으로 향했다.


'검역센터'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 곳이 뭐하는 데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서류를 보는지 안보는지 일처리는 한국인 기준이로 매우 느렸으며


금방 끝날 줄 알고 나를 기다리는 택시기사님께 죄송할 뿐이었다.

(미터기는 돌아가고 있었겠으나, 난생처음 자발적으로 팁을 드렸다)


사실 너무 외곽지역 공장처럼 생긴 곳이라 날 두고 가면 돌아갈 방법이 없긴 했다.

(우버도 안 올 것처럼 생긴 곳이었다)


그렇게 난,


언젠가 꼭 갚겠다는 생각으로 스페인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은 고양이를 데리고


발렌시아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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