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눈이 떠지고 다시 잠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직감하면 가끔 맥도날드에 가서 맥모닝세트를 먹는다. 이곳이 이 시간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지만, 하얀 조명 아래 플러스틱 테이블과 의자, 종이컵에 담긴 커피와 종이로 감싼 맥머핀과 종이에 기름이 배어나오는 해쉬브라운을 먹다보면 조금만 더 사치스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새벽 네시에 열고 오전 열한시에 닫는 아침식사 식당 "써니싸이드." 간판에 불을 환하게 켜놓아서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인다. 칠흙같은 밤에는 그런 조명이 약간 용기를 더해 준다. 저 멀리서도 이곳 간판을 보면 속부터 뎁혀져오는 것이다. 주차장도 넓어서 차를 대충 주차해도 괜찮다.
식당 밖에는 큰 유리창이 있어서 안이 잘 들여다보인다. 안은 환하지만 눈부신 엘이디 등은 아니다. 새벽의 산통을 깨지 않는 주광색 등이 테이블마다 있고, 천장에는 강하지 않은 할로겐 등이 드문드문 박혀 있다. 공간은 단순하다. 카운터 자리가 일자로 일곱 개가 있고, 그 너머로 주방장이 철판에서 계란이든 소세지든 굽고 있다. 창가쪽으로는 사인용 테이블이 다섯 개 있다. 테이블 크기는 제법 커서 좁게 앉으면 여섯명도 앉을법하지만 대부분 한명 혹은 두명이 앉아서 식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인이자 주방장이 요리에서 눈을 떼고 바라본다. 그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만 소리내서 인사하지는 않고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물며 살짝 목례를 한다. 나는 보통 가장 안쪽 테이블에 앉는다. 거기에 손님이 있으면 그 다음 테이블에 앉는다. 지난 7년 동안 이곳을 드나들었지만 끝에서 두번째 이후의 테이블에 앉아본 적이 없다. 내가 앉으면 여급이 커피포트를 한손에, 머그잔과 메뉴판을 다른 손에 들고 나타난다. 커피는 신선하다. 조금씩 자주 내리기 때문이다. 여급은 눈을 찡긋하며 묻는다. 잘 지냈어요. 나는 덜 피곤한척하며 답한다. 뭐 그럭저럭.
매뉴판은 지난 몇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본다. 메뉴판의 음식 사진을 보면 식욕이 더 올라온다. 이런저런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분을 넉넉하게 만든다. 하지만 주문하는 것은 항상 '모닝스타' 세트. 토스트한 베이글, 딸기잼과 꿀, 넉넉한 크기의 해쉬브라운, 노란자를 터트리지 않은 계란후라이. 소시지 두 조각.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 네 조각. 자몽쥬스. 플레인 요거트에 아몬드 약간. 그리고 끝없는 커피.
테이블에 앉아 종이신문을 펼친다. 인쇄되지 얼마 안 된 신문의 종이와 잉크냄새가 훅 올라온다. 날씨와 범죄면을 읽는다.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들 무렵 음식이 나온다. 나는 신문을 접고 다시는 펼쳐보지 않는다.
먼저 베이컨 한 조각을 손으로 집어 먹는다. 해쉬브라운을 한입 베어문다. 베이글 한쪽에 딸기잼을 구석구석 바른다. 계란후라이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베이글 위에 올려서 노란자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먹는다. 손에 노란자가 묻으면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자몽주스를 마신다. 커피로 다시 돌아온다. 한숨을 내쉰다. 세상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거나, 혹은 나빠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감상에 잠시 빠진다. 나중에 요거트를 먹는다. 그리고 커피에 설탕을 약간 넣어서 반잔만 마신다.
나는 식사값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일어선다. 이 시간에는 주방장도 여급도 바쁘다. 내가 문을 열고 나서면 저 뒤에서 큰소리로 잘가라는 인사소리가 들린다. 아직 바깥은 어둡지만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충분히 밝다. 속이 든든하다. 오늘 하루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