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0대 초입에 시코쿠 여행을 다녀와서

by 정호성

올해 마흔입니다. 정신없는 연말이 지나고 나니, 30대를 마무리하고 40대를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무리인 줄 알면서도 2주 넘게 휴가를 내서 시코쿠의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걷다보면 지울 것은 지울 수 있고 새로운 다짐은 다져질 것이라고 희망했습니다. 일상에서 몸을 피하면, 나이먹는 것이 잠시 중단되고, 내가 어디쯤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칠 수 없는 사람과 만나고도 싶었습니다. 2017년 10월에 처음 이 길의 일부를 걸었을 때, 소중한 인연을 만난 경험이 있습니다. 그분과 며칠을 보내고 들었던 생각은 이렇습니다. 인생이란 결국 태어난 때부터 죽는 때까지 연속적인 시간이고,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 되는지는 누구와 함께 그 시간을 보내는지에 달렸다. 누구를 만나는가, 바로 이것이 "어떤 인생인가"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번 여행은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떠나지 않는 것이 나았습니다. 몸이 아팠고 마음도 좋지 않았고, 제대로 된 대화 한 마디 못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내가 왜 여기에", 이런 생각을 매일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불만족스러웠던 가장 큰 이유는, 40대를 마주보고 이번 여행에서 뭔가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내려는 초조함이 앞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나, 나 자신에게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여행 자체가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40대는 그런 나이인가 봅니다. 망망대해에서 항해하는 배가 고장났을 때 정박하지 못하고 계속 나아가며 수선해야 하듯이, 40대는 내가 있는 그 현실에서 이리 두드려보고 저리 들춰보면서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며칠 좀 쉬면서 장소 좀 바꾼다고 "아, 이거네" 하는 느낌이 올 만큼 만만한 시기가 아닌 것이지요.


그래도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좋았던 순간이 다시 한번 떠오르고, 안좋았던 순간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다행입니다. 어설프게 시작한 40대이지만, 다시 한번 떠올리고 싶은 순간을 만들고 대수롭지 않을 순간을 잘 넘기는 시기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섰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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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does it feel
How does it feel
To be without a home
With no direction home
Like a complete unknown
Like a rolling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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