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말
'대지의 뜻'을 받아들인 위버멘쉬는 땅의 뜻에 따라 영혼보다 신체의 격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동안 영혼이 육체의 주인이었다고 믿어왔던 근본적인 믿음을 뒤집습니다. 플라톤은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본질은 영혼에 있다고 평가했고, 그에 대해 니체는 "영혼이 신체를 경멸하여 깔보았다"라고 비판합니다. 이렇게 신체를 경멸하는 자들은 "생명을 경멸하는 자들"이고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늘 이 세계가 아닌 저 세계를 바라보게 하며, 지금이 아닌 나중을 기다리게 합니다.
너희가 할 수 있는 체험 가운데 더없이 위대한 것은 무엇이지? 그것은 저 위대한 경멸의 시간이렷다. 너희가 누리고 있는 행복이, 그와 마찬가지로 너희의 이성과 덕이 역겹게 느껴질 때 말이다.
그것은 너희가 이렇게 말하게 되는 때렷다. '나의 행복이란 것이 뭐란 말이냐! 그것은 궁핍함이요 더러움이며 가엾은 자기만족일 뿐이거늘. 나의 행복은 생존 그 자체를 정당화해야 하거늘!'
니체는 현재의 고통을 인내하고, 겸손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그들의 덕이 역겹게 느껴질 때 드디어 진정한 행복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위대한 경멸의 시간은 '자기 극복'의 시간을 의미하며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는 시작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행복'과 '자기만족'은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는 흔히 '행복'을 '만족'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족(滿足)'은 '충분함으로 가득 찬' 상태를 말합니다. '행복'을 '~한 상태'로 생각한다면, '행복'은 지속 가능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과정에서 슬쩍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기에 지속력이 떨어집니다. 배고플 때의 행복은 배부름이고, 배부름에서의 행복은 휴식이나 수면일지 모릅니다. 지속된 휴식에서의 행복은 산책이나 여행일 수 있듯이, 행복은 우리가 '만족'에 익숙해지는 순간 또 다른 '만족'에 도달하는 순간 잠시 등장합니다.
차라투스트라가 경고하는 '궁핍함'과 '더러움'은 '가엾은 자기만족'입니다. 자기만족은 현재 상태에 안주하여 또 다른 만족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상실했음을 의미합니다. 니체는 이것을 '약자들의 도덕', 즉 '노예의 도덕(Sklavenmoral)'이라고 부릅니다.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노예는 주인의 의지에 기대어 자신의 안위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저 자신이 '좋은 주인'을 만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 노예'란 주인에게 복종하는 노예입니다. '좋은 노예'를 결정하는 것은 주인에게 얼마나 '쓸모'를 가지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바꾸기보다는 주인의 처지를 바꾸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 니체가 제시하는 위버멘쉬의 행복은 '경멸의 시간'에 찾아옵니다. 스스로에 대한 경멸이 찾아올 때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경멸스러운 자신을 인정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자신을 창조해 나가는 주체적 행위를 '자기애(Selbstliebe)'라고 합니다. 나아가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시련과 고통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운명에의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라고 합니다.
멕시코의 예술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18세에 겪은 끔찍한 버스 사고로 엄청난 신체적 훼손을 입습니다. 남편 디에로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와의 이혼한 1939년 그녀는 <두 명의 프리다>를 그립니다.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간 그녀는 예술만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여겼고, 그녀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그림 속에 등장시킵니다. 유럽풍의 옷을 입은 왼편의 프리다의 심장은 열려 있고, 그녀의 손에 든 의료용 집게에 고정된 혈관으로 피가 흘러내립니다. 반대편 멕시코풍 옷을 입은 오른편의 프리다는 건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으며 한 손에는 남편 디에고가 그려진 메달을 쥐고 있습니다. 강인한 그녀의 모습과 나약하고 병든 그녀의 모습을 나란히 둔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끔찍한 자신의 상황에 대한 경멸은 과거의 자신에 대한 미움과 후회를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겪은 모든 운명에 대한 긍정, 아모르 파티를 통해 그녀는 나약한 자신과 강인한 자신, 둘 모두가 현재의 자신을 있게 만들었고 둘은 함께 미래의 프리다를 창조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그녀의 행복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경멸'에서 시작되었고,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만족'은 그녀에게 영원한 '행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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