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를 반영하는 매개물로서 한국문학 읽기

이현우.『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by 노창희

모든 텍스트는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반영한다. 그것이 SF일지라도 현실과 모종의 관련을 맺지 않을 수 없다. 좋은 SF로 여겨지는 작품들은 대개 현실의 모순에서 출발한다. 이현우의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은 시대를 대표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에 한국사회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다룬다. 반영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반영론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읽고 평가하려고 했다. 작품을 시대적 맥락과 작가의 전기적 맥락에 비추어 읽고자 했다(8쪽).”“작품은 작가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쓰이지 않고 시대적인 상황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탄생한다(52쪽).”


사람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이현우는 “근대의 발명품(163쪽)”인 소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당대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시종일관 역설한다. 그리고 아쉬움을 표명한다. 김승옥은 장편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최인훈은 『광장』을 넘어서는 장편을 쓰지 못했고, 황석영은 『삼포 가는 길』을 쓰고 『장길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길로 접어들었으며, 이문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쓰고 『삼국지』로 넘어가 버렸다는 식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이 글을 본다면 억울한 심정이 없진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타당한 지적이다. 물론, 이현우가 선정한 작가들이 이현우가 요구하는 작가로서의 책무를 이행할 책임은 없다. 이 책이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한국 현대문학 수업인 것은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남미와 같은 국가들에서 보인 소설의 흐름과 대비하여 볼 때 한국문학이 어떠한 흐름으로 흘러 왔는지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우는 반영론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리얼리즘 문학이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모더니즘 문학이 상대적으로 득세해서 그리된 것이 아니라 한쪽이 빈곤하니 다른 한쪽도 빈곤해진 경우라고 설명한다. 이현우에 따르면 한국문학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모두 근대의 발명품인 소설의 성격에 미만하는 수준인 것이다. 작가들에 대해 갖는 아쉬움은 보다 더 큰 역할을 충분히 했을 수 있는 작가들인데 어느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에 대해 갖는 아쉬움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 이현우도 본인도 그리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여기에서 소개되어 있는 몇몇 작품은 나 자신의 독서 이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어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스무 살 때 처음 읽었던 「무진기행」과 군대 가기 전에 우연히 읽었던 『젊은 날의 초상』은 감성적인 측면에서 많은 울림을 준 소설들이었다. 『생의 이면』은 작가가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 작품이었다. 창작은 분명 자기 치료적인 성격이 있는 것 같다. 이승우의 소설은 앞으로도 계속 읽게 될 것이다.


서평가이기도 하지만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로쟈 이현우의 진단은 날카롭고 유용하다. 이현우의 주장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던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품들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 알게 되어서 유용했다. 이 책은 로쟈 이현우가 한국문학에 대해 쓴 첫 책이다. 두 번째 책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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