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상황은 영상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킹덤>과 빈지뷰잉
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다. 더욱이 특정 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다려 소위 얘기하는 정주행을 하는 스타일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2주 전에 시작했던 <킹덤> 시즌1과 <킹덤> 시즌2는 5일 만에 정주행했다. 시즌2의 경우는 토요일에 몰아서 보았는데, 이런 내 경험을 지인들에게 공유했더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시즌1과 시즌2를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빈지뷰잉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영상 소비 행태에 대해 다시 성찰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여기서는 코로나로 발생한 영상 소비의 변화를 몇 가지 쟁점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접촉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동영상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동영상 소비를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동영상 수요를 사업자들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영상 소비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당연하게도 영상과 관련된 사업자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영상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마냥 달가울 수 없다. 영상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데 왜 사업자들의 고민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영상 소비 증가가 수익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대면 접촉 활동이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은 산업 중 하나가 영화산업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보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즈니가 입고 있는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바로 작년에 디즈니가 런칭한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스트리밍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마냥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과거와 비교할 때 훨씬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영상 산업의 수익원은 크게 두 가지다. 광고와 이용료이다. 영상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인기 있는 콘텐츠에 대한 광고 단가는 늘어나겠지만 경기가 위축될수록 전반적인 광고 시장은 악화 될 수밖에 없다.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들의 상황은 코로나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 되게 되면 악화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디즈니+의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있지만 했지만 경기가 위축되게 되면 월정액 구독 기반 서비스 이용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이 광고 없이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이용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뒤에서 얘기하지만 이용량의 폭발적인 증가는 스트리밍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망이용대가에 대한 부담을 높일 수 있다.
여가생활이 동영상 소비 위주로 재편되게 되면 이용자들은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게 된다. 문제는 대면 활동이 위축되게 되면 제작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플랫폼 사업자들은 콘텐츠를 구하기가 힘들어진다. 지금의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래픽 증가로 인한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유럽에서 트래픽 증가로 고화질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보도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가령, 황치규, 넷플릭스, 유럽서 스트리밍 속도 25% 줄인다. 『블로터』, 2020. 3. 20). 국내에서도 SKB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 속도가 저하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박지혜, '킹덤 화질 논란' SKB, 넷플릭스 속도 현저히 낮아. 『프라임경제』, 2020. 3. 27).
많은 트래픽을 요구하는 동영상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게 될수록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해도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향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재난이 닥칠 경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느냐 여부는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영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이용자들은 고화질로 영상을 보고자 할 것이고 이로 인한 트래픽 폭증 현상은 지속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의 경우 이미 글로벌 사업자들과 국내 이통사들 사이에 망이용대가가 이슈가 된 지 오래되었다. 글로벌 플랫폼들로 인해 트래픽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망이용대가를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 하는 이슈는 더욱 첨예해 질 것이다. 이용자들이 인터넷 속도 저하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어날수록 망이용대가와 관련된 분쟁은 늘어나 가능성이 높다.
보다 근본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높여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여가 뿐 아니라 재택 근무, 온라인 강의 등 네트워크를 활용한 활동들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 배급 창구는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
영화 산업은 동영상 산업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부터 영화산업의 전망에 대한 암울한 예측이 있었지만 여전히 영화산업은 동영상 산업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산업이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일까? 아니면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에도 영화산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영역이 될 것인가?
코로나로 인해 극장의 관객이 줄어드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배급사들이 영화 유통 창구로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택하는 현상은 코로나 이후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파라마운트가 신작 <사랑새(The Lovebirds)>를 넷플릭스에서 유통시키기로 했고, 국내에서도 <파수꾼>을 연출했던 윤성현 감독이 연출한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에서 유통시키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코로나를 극복한 이후에도 스트리밍을 통한 영화 배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를 자사 플랫폼을 통해 독점으로 릴리즈한 경험이 있고 넷플릭스 이용자들도 여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지금의 재난 국면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영화 공개를 더욱 활성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음반 시장의 변화에서 드러나듯 오프라인 유통이 줄어들게 되면 콘텐츠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가격으로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영화를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의 니즈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본질적으로 시청각적 경험이 중요한 콘텐츠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고집하는 관객들도 여전히 많다. 매체철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스트리밍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콘텐츠를 과연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코로나 이후 영화산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산업에 대한 이러한 고민은 영상 소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