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형「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의「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중편이다. 첫 번째는 희은과 정민이 같이 키웠던 치커리와 순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이자 이 중편에서 다루고자 하는 고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희은과 정민의 결혼생활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초록이 태어나면서 각자가 어떻게 서로의 고통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는가 혹은 어떻게 각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는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로의 고통을 왜 이해하지 못했는가가 두 번째 이야기의 핵심이자 이 중편의 핵심일 것이다. 세 번째는 희은이 육아와 관련된 연구소에서 취업하면서 육아를 결혼이라는 제도가 발생시키는 고통을 어떻게 사회가 분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중편에서 두 고양이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아마도 삶의 유한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고양이의 죽음을 겪으면서 희은과 정민은 유한한 삶을 잘 살기 위한 결단을 내린다. 물론, 단순히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반영되어 채택된 소재일 수도 있다. 희은과 정민이 이혼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을 경험한 희은과 정민은 서로에게 책임감 있는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 그랬기에 그들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도 태양처럼 찬란하던 날들이 있었다. 서로의 초록빛 잎사귀가 희망 없이도 축복으로 다가오던 때가 있었다(37쪽).”
하지만 희은과 정민은 각자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초록을 얻었으며 초록 때문에 결혼한다. 희은은 사회적인 인정을 받고 있기는 했으나 정규직 형태가 아닌 번역 일을 하고 있었으며, 시인을 꿈꾸는 정민은 교사 지망생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얻은 후 시인이 되고자 하는 것은 정민이 포기할 수 없는 꿈이었다. 희은은 자신의 부모보다 나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포기하기 싫었다. “희은은 열정이 소진되는 것이 두려웠다. 정민은 꿈을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38쪽).”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채로 결혼이라는 어려운 제도로 뛰어든 이들에게 양육은 점점 버거워 진다. “결혼이 남미의 오지로 떠나는 위험한 여행이라면, 아이의 양육자가 되는 일은 우주선에 탑승해 미지의 행성에 정착하기 위해 떠나는 것과 같다(45쪽).” 희은이 데이트 폭력을 직접 목격하면서 희은의 정신 상태는 악화되고 결국 정민이 생계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용고시를 붙는 것은 현실적으로 요원해진다. 정민은 데이트 폭력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희은을 이해하지 못하고 희은은 그런 정민이 원망 스러울 뿐 아니라 두렵기까지 하다. 희은과 정민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 희은과 정민은 모두 최선을 다했으나 각자의 잘못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서로를 몰이해하기에 이른다. 희은의 다음과 같은 제안을 정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서로를 미워하지. 서로의 고통마저 미워서 상대의 입을 틀어막고 싶어 하잖아. 하지만 정민 씨, 우리는 결혼이 아니야. 결혼을 했을 뿐이지 정민 씨도, 나도 결혼이 아니잖아. 우리가 미워해야 하는 것은 서로가 아니라 제도야(68쪽).”
희은이 육아 문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긴 하지만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선량한 개인에게 어떠한 고통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중편은 개인적인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차원으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간다.
작년에 이 중편을 읽고 먹먹해 질만큼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윤이형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쓰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만든 작품이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좋은 작가가 계속 좋은 작품을 쓰기를 바라는 독자의 입장에서 윤이형이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많이 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