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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Mar 09. 2020

포스트모던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

아즈마 히로키.『철학의 태도』(안천 역).

동아시아 정세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마 앞으로도 혼란스럽거나 복잡할 것이다. 나는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 일본, 중국이 놓여 있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 사회를 이해함에 있어 ‘근대’라는 개념을 빼 놓고는 얘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어느 쪽이 되었던 ‘근대’와 ‘근대가 아닌 것’사이의 상극 혹은 충돌이라는 관점 없이 일본 사회를 논하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해 보(10-11쪽)”인 다고 아즈마 히로키는 얘기한다.       


그럼 동아시아가 놓여 있는 당대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즈마 히로키는 인문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아즈마 히로키가 주장하는 인문학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즈마 히로키가 근대 철학을 비판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즈마 히로키는 근대 철학의 가장 큰 문제로 의식 외부를 지나치게 신비화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철학은 대체로 ‘의식의 외부’를 유난히 신비화했지만 이를 즉물적으로 재구성할 필요(14쪽)”가 있다는 것이다. 아즈마 히로키가 의식의 외부를 신비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보인다. 먼저 의식의 외부에 놓여 있는 절대적 진리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아즈마 히로키가 콘텐츠 보다 메커니즘을 중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현재 문화 산업은 “‘의식 외부’를 즉물적으로 조절하고 관리(15쪽)”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복잡해 졌기 때문에 “헤겔이 생각했던 절대정신으로의 국가는 더 이상 사회 전체를 아우르기 힘(23쪽)”들다는 것이 아즈마 히로키가 생각하는 현대의 양상이다.      


일본을 생각할 때 복잡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아즈마 히로키가 바라보는 일본 사회가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척 흥미롭다. “경제적 풍요와 문화적 다양화를 이룬 덕에 그리고 한국의 국가보안법처럼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도 없었기 때문에, 정치가 제대로 기능하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 시대를 경험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은 상상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한때 일본은 정치가 전혀 필요 없는, 경제적 풍요와 이를 배경으로 한 문화적 다양성만 추구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행복한 나라였습니다(42-43쪽).”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도 정치가 필요한 사회가 되었지만 정치적으로 발화하는 방식을 찾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아즈마 히로키가 강조하는 개념은 오배는 명확한 정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쓸모없음(106쪽)’, ‘목적에 도달하지 않는 것(106쪽)’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강단이라는 제도에서 자발적으로 빠져 나온 아즈마 히로키의 실천 방식은 다양한 인문적 대화를 유도하는 방법론 자체에 있을 것이다. 대문자 진리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쓸모 없는 대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은 ‘가치 전도’가 아니라 오히려 ‘가치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18쪽).”그리고 그를 통해 쓸모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즈마 히로키의 목표인 것이다. “이런 쓸모없음이 사라진 세계에서 사람은 처음에 자신이 마음먹은 것 이상의 무엇과 마주치거나 만나지 못한다. 그런 세계에 진정한 의미의 창조나 사유는 없다. 나는 그런 쓸모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106쪽).”이를 통해 필요한 것이 나는 지금 우리가 놓여 있는 시대가 대체 어떤 곳인지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모던에 관한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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