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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Mar 02. 2020

객관성이라는 신화, 저널리즘이라는 현실

마이클 셔드슨. 『뉴스의 발견: 미국신문의 사회사』박경우, 여은호 역.

미디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미디어와 이용자 사이에 관계에 있어 가장 자명한 사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이용자는 미디어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소식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해서는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대중매체에 정보를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수단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나 지엽적인 공동체를 넘어서는 정보를 접하기 위해서는 소위 얘기하는 뉴스 매체를 경유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반론은 지인(효과이론에서 얘기하는 오피니언 리더)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반론 역시 여지없이 기각될 수밖에 없다. 오피니언 리더 혹은 요즘 식으로 얘기해서 인플루언서라고 할지라도 뉴스 매체를 통해 정보를 지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실은 정보를 전하는 미디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마이클 셔드슨이  『뉴스의 발견: 미국신문의 사회사』를 통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객관성이라는 것은 신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건 매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양심을 떠나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속성이다. 사진을 찍더라도 찍는 각도에 따라 재현되는 대상은 다르게 인식될 수밖에 없다. 온전히 가치중립적인 정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스의 발견: 미국신문의 사회사』의 결론은 객관성이라는 것을 대체할 만한 대안적인 가치는 여전히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용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객관성이라는 신화에 의해 포장되어 있는 저널리즘 영역이 왜 객관적이기 어려운 지에 대한 훌륭한 사료이다. 


재미있는 지점이 많다. 먼저 신문은 왜 발달하게 되었는가? 이 책에 따르면 인쇄술과 같은 기술의 진화 때문에 신문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독자들의 리터러시 진화로 인해 신문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두 가지다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나 무엇이 진실인지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객관성이라는 가치가 던지는 쟁점은 무엇을 뉴스의 가치로 삼아야 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뉴스는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해 주어야 하는가? 재미있는 흥밋거리를 제공해야 하는가? 혹은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더라도 문학적 가치를 지닌 품격 있는 스토리를 지향해야 하는가? 많은 대중이 좋아할 만 가십을 제공해야 하는가? 셔드슨이 『뉴스의 발견: 미국신문의 사회사』를 통해 보고하고 있는 미국 저널리즘의 역사는 이러한 가치들 사이의 경합이었다. 이러한 가치의 경합은 단순히 신문의 판매량이나 광고를 늘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과 저널리즘 철학과 결부되어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켜 왔다.    


『뉴스의 발견: 미국신문의 사회사』는 1978년에 나온 책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셔드슨의 말을 곱씹어 보면 지난 40여년 사이에 어떤 극적인 진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인간의 인식은 주관적이라는 난처한 해석을 넘어설 수 있는 마법적인 도약은 없었으며, 기자가 보도하는 사건이 강력한 기관들에 의해 사전에 꾸며진다는 문제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도 없었다(348쪽).”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저널리즘에 관한 논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저널리즘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계기도 제공하지만 부정적인 계기도 동시에 던져 준다. 가짜 뉴스, 필터 버블과 같은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대한 정확한 대안은 없다. 다만 셔드슨이 말미에 제기하는 저널리스트의 윤리는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뿐이다.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널리스트는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자신과 동료들과 세상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이와 동시에 모든 것에 흡수되지 않도록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세상의 모습을 의심해야 한다(3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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