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인지 공간」
「인지 공간」에 등장하는 인지 공간은 미래적인 상상력의 산물임과 동시에 현실에 대한 메타포로 해석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인간의 뇌와 인공 지능 사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지 공간」에 등장하는 격자로 되어 있는 인지 공간은 인간의 뇌가 인공 지능의 도움을 받아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인지 공간의 관리자가 되는 제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지 공간은 완벽하지 않고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누가 창조 했는지 불분명한 인지 공간에서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삭제 된다.
내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은 후자이다. 「인지 공간」에서 그려지는 인지 공간의 특성은 정확히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세계와 닮아 있다. 우리는 세계를 누가 창조했는지 알지 못한다. 때문에 각자의 믿음에 따라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이 있고, 진화론을 믿는 사람이 있고, 그 자체에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경우 일반적으로 평균에 수렴하는 방식의 사고를 올바른 사고라고 믿기 십상인데, 그 평균의 수렴하는 방식의 사고는 자칫 그 외부에 있는 이들을 배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태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방식의 사고가 갖는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제나의 유일한 친구 이브는 왜소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특이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이브는 주변으로부터 따돌림과 멸시의 대상이 된다. 이브와 달리 또래 중 가장 강건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던 제나는 이브를 보호하고 그 과정에서 느낀 이브의 성숙한 태도에 이끌려 유일한 친구가 된다.
제나는 격자로 이루어진 인지 공간을 세계가 구축되어 있는 원리로 받아들이며 인지 공간에 들어갈 날 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브는 인지 공간이 수많은 별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지 공간이 완전한 공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나는 인지 공간에 들어가면 공동 지식을 소유하게 되므로 지금의 아픔도 잊혀 질 것이라고 이브를 위로한다. 하지만 이브는 자신이 당한 피해와 멸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제나의 위로를 거부한다.
이브는 결국 신체적인 조건 때문에 인지 공간에 들어가지 못하고 제나는 인지 공간에 들어갈 뿐 아니라 그곳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된다. 제나가 인지 공간에 들어간 이후에도 제나와 이브는 계속 교류하지만 인지 공간 더 나아가서는 세상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 방식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이브는 들짐승에게 습격당해 죽음을 맞이한다. 이브의 죽음만큼 제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이브에 대한 기억을 격자에 기록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었다. 인지 공간은 완전한 공간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기록만을 편의적으로 취사선택하여 공동 지식을 형성하는 세계였던 것이다.
제나는 이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이브의 아버지에게 찾아 갔다가 이브가 자신만의 인지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인지 공간에서 나온다. 맞춤형 추천시스템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가짜 뉴스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보듯 인공지능은 완전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가치중립적이지도 않다. 「인지 공간」은 인지 공간이라는 보편적인 세계에 대한 알레고리이자 현재이자 미래의 가장 중대한 이슈인 인공 지능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공 지능이 인류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정상으로 수렴되는 방향으로 기술의 진화와 수용이 이루어지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정체성과 취향이 건강하게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진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저 밤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인지 공간은 저 별들을 모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저 별들을 나누어 담는다면 총체적인 우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침내 이 행성 바깥의 우주를 온전히 상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그곳을 향해 갈 수도 있을 것이다(2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