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가 아닌 정확한 정보로서 질병에 접근하기

수전 손택. 『은유로서의 질병』.

by 노창희

이재원이 옮기고 이후에서 출판된 『은유로서의 질병』은 1978년에 출판된 『은유로서의 질병』과 1989년에 출판된 『에이즈와 그 은유』를 같이 실은 책이다. 문학에서 은유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좀 과격하게 얘기해 보면 은유가 없는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 손택은 은유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에이즈와 그 은유』에 다음과 같이 인용해 놓았다. “은유란 어떤 사물에다 다른 사물에 속하는 이름을 전용(轉用)하는 것이다(『에이즈와 그 은유』, 129쪽).”


훌륭한 은유를 구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은유가 더욱 위험해지는 것은 정보와 진실의 영역에 은유가 개입될 경우이다.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결핵과 암에 대해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부당한 오해 속에서 잘못된 은유가 활용 되어 왔는지에 대해 다룬다. 손택의 아버지는 결핵으로 목숨을 잃었고, 손택 자신은 암 때문에 오랜 투병 생활을 거쳤다. “그 동안 온갖 진풍경을 연출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은유의 속박에 방해를 받은 질병은 두 가지, 즉 결핵과 암이다(『은유로서의 질병』, 16쪽).”


손택은 각종 문학 작품에서 결핵이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현실에서 결핵에 걸려 죽은 사실은 숨겨야 할 일이 되기도 했지만, 어떤 문학 작품에서는 결핵을 감상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결핵이라는 질병에는 진실과는 다른 아우라가 덧 입혀져 있었다. 암 역시 마찬가지였다. 손택에 따르면 암이라는 질병은 다음과 같은 오해에 오랜 기간 시달려 왔다. “암을 둘러싼 신화에 따르자면, 자신이 감정을 지속적으로 억압할 경우에 암이 발생한다(『은유로서의 질병』, 38쪽).”


공포스러운 새로운 질병의 등장은 여러 가지 거짓 정보들을 몰고 다닌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지금, 코로나와 관련된 허위조작 정보들은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다. 질병에 관한 거짓 정보들은 『은유로서의 질병』이 출간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진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다. 또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병에 대응하여 하는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 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 그리고 관련 정보를 부지런히 접하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의도로든 질병과 관련된 정보에 다른 의도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질병과 관련된 잘못된 은유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작용 중 하나는 질병에 맞서야 하는 환자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에 걸린 환자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만으로도 너무도 힘들다. 이런 그들이 잘못된 은유로 상처를 입는다면 더 큰 고통을 입을 수밖에 없다. 손택 자신이 이러한 잘못된 은유의 피해자이다. 손택은 질병에 관한 잘못된 은유를 비판하며 질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질병이 은유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가장 진실한 방법으로 질병을 다루려면 – 그리고 가장 건전한 방식으로 질병을 겪어내야 한다면 – 질병을 은유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될 수 있는 한 물들어서는 안 되며, 그런 사고방식에 저항해야 한다는 점이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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