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짚어봐야 할 쟁점들

제이슨 솅커.『코로나 이후의 세계』.

by 노창희

코로나 사태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감염 속도가 빠른 만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고, 대한민국을 비롯한 몇 국가를 제외하고 여러 국가들이 일상으로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요원한 상황이다. 물론, 국내 역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태원 발 n차 감염과 지속되는 해외 유입은 코로나 사태는 일국적인 사태가 아닌, 글로벌한 차원에서의 문제이며, 결국 글로벌한 차원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영원한 종료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코로나 사태가 가지는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작금의 사태는 의료 체계와 방역, 식량을 비롯한 최소한의 생필품 생산과 그것을 어떻게 유통시킬 지에 모든 자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 할 때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여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조망하고 있는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책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갖는 유용성은 인정하기 않기 어렵다. 안보를 다루면서 정리한 ‘NOISE 프레임워크’는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요약하기에 맞춤한 듯 보인다.


Necessities(필수품) - 식량, 물, 에너지, 주거지, 안전

Occupations(직업) - 일자리, 소명, 취미

Information(정보) -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것

System(시스템) - 금융, 보건, 대중교통, 교육

External(외부 요인) - 국제관계, 군사, 공급망, 무역


위에서 빠져 있거나 혹은 디폴트로 전제되어 있는 것들은 경제, 정치, 미디어다. 미국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분야는 경제다. 당연히, 경제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거기에 대한 전망을 ‘통화 정책의 미래’, ‘재정 정책의 미래’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솅커는 실업률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의 재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재선에 실패한 경우가 극히 드문 미국에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들의 공통점이 실업률이 높았던 시기에 선거를 치루었기 때문이라고 솅커는 분석한다.


솅커가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물리적인 공간의 활용방식이다. “핵심은 사람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물리적인 사무실 공간을 점점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99쪽).” 이렇게 되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솅커는 급속도로 도시화되는 경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이는 미국적 상황이다. 솅커는 도시에 집을 얻기 보다한적한 교외에 주택을 얻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사실 국내의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쉽지 않은 전망이다. 온라인 교육에 따른 교육 체계의 변화, 가령 명문대의 위상 하락과 같은 전망은 단기적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그다지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수 있고, 이는 미국과 유럽과 같이 사태가 심각한 국가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정 물품에 대한 사재기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료 관련 물품과 식량 관련 물품과 같이 필수적인 품목을 배급하는 데 필요한 안정적인 공급망이다.


솅커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디어는 괴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121쪽)”고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서는 이 글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논의해 보기로 하자. 솅커가 미디어가 괴물이 되어 버렸다고 얘기하는 근거는 허위합의편향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허위합의편향(false consensus bias)’에 빠지는 것이 문제였다(120쪽).” 솅커가 얘기하는 허위합의편향이란 “한마디로 내가 믿는 것을 다른 사람들 역시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리 기제다(120쪽).” 솅커는 미디어 이용자들이 내가 가진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큐레이션으로 노출되는 사실들을 소비하고, 고도로 개인화된 인식을 강화하면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는 그렇게 탄생했다(121쪽).”


코로나는 국제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일본이 자국의 여론을 정부 쪽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혐한 정서를 자극하는 것도 큰 틀의 맥락에서 보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디어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국가적 정체성에 균열이 생길수록 미디어는 악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악의적인 이용이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을 봐서는 사회를 하나 되게 하는 힘 역시 점점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123쪽).”


여행과 레저는 향후 전망이 가장 어두운 산업군이다. “여행과 레저는 일반적으로 가처분소득에서 빠져나가는 지출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 말인즉 여행과 레저에 들어가는 개인 또는 기업의 돈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159-160쪽).”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게 되면 여가 비용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 또한, 대표적인 여가 활동인 여행은 물리적인 이동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인 격리 경험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제 자가 격리에 대한 긍정적 경험으로 향후 이국적인 장소를 찾아 여행하는 휴가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휴식을 즐기는 쪽으로 선호가 바뀔 수 있다(157쪽).”


여가 활동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미디어 소비다. 솅커는 미디어를 정보 소비와 활용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관점을 놓칠 수밖에 없다. 미디어 소비가 지금과 같이 이루어진 것은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정보의 편향적 소비가 이루어져 온 지 오래다. 또한, 지금의 미디어 환경이 이용자에게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과거와 달리 특정 매체에 의존하지 않기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긍정적인 가능성과 부정적인 한계가 공존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위의 미디어 분야 예를 든 것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진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였다. 어떤 전문가도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질 수 없다. 솅커와 같은 미래 학자는 다양한 분야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 중 쉽게 놓쳐 버릴 수 있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짚어주는 책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양한 각계 전문가들이 각론으로 내놓아야 할 코로나 이후의 쟁점은 너무나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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