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달.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
최근에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헌법을 비롯한 제도의 한계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로버트 달은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에서 칭송의 대상이 되어 왔던 미국의 헌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미국 헌법을 바꾸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그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이 짧은 책의 목적은 미국 헌법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 헌법에 대한 우리 생각을 바꾸자는 데 있다(12쪽).”
로버트 달은 미국의 헌법이 오래전에 상당수의 노예 소유주가 포함된 적은 수의(55명이 만들었으며 실제로는 39명만 서명한) 사람들이 고안해 낸 명백한 한계를 지닌 제도라고 지적한다. 선거인단 제도부터 살펴보자. “선거인단 제도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공공연히 침해하는 요소들을 유지하고 있다. 각 주의 시민들은 불평등하게 대표되고 있으며, 대중 투표에서 가장 많은 지지표를 받은 후보가 선거인단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할 수 있다(51쪽).” 2000년 선거에서 이미 이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바 있으며 2020년 대선 때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이 제도를 바꾸기는 불가능하다고 달은 말한다. “헌법 입안자들에 의해 제정된 헌법을 수정하는 데 필요한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미국 시민들 다수가 헌법 개정을 지지한다 해도 실제로 헌법을 개정하기는 극히 어렵다(120쪽).”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처럼 여겨지고 있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정말 가장 훌륭한가? 달은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22개 국가를 꼽고 미국의 제도가 결코 상대적으로 훌륭한 제도가 아니라고 얘기한다(이 분류는 다시 이뤄져야 할 듯하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일본만이 분석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22개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중 거의 미국만이 유일하게 대통령제, 즉 중요한 헌법상의 권한을 갖는 행정부의 단일 수반을 국민투표로 선출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87쪽).”
대통령제 뿐 아니라 모든 제도는 한계와 결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제가 지닌 위험성은 분명하다. 달은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우리는 완벽함을 기대하며 대통령 후보를 선택한다. 그러나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현실 정치가 요구하는 그 모든 도덕적 모호함을 가진, 결함 있는 인간들뿐이다(147쪽).”
제도가 훌륭한 민주주의를 만드는가? 달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나로서는 그 답이 그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 민주주의 존속을 위협하는 내부적·전략적 요인들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생각이 타당하다면, 결국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자유의 보장은 그 나라의 헌정 체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일반 시민과 그들에 부응하는 정치계·법조계·문화계 엘리트가 공유하는 신념과 문화에 달려 있는 것이다(130쪽).”
달의 위와 같은 지적은 다소 허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 정치를 지켜보며 하게 되는 생각은 제도는 한계가 있으며 그것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시민이라는 것이다. 제도를 바꿀 수 없다면 그 제도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한다. 그것이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