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창희 May 16. 2020

뉴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크리스토퍼 앤더슨,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셔드슨 『뉴스를 묻다』

우리는 매체를 형식적으로 규정하고 분류하기 매우 어려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대상과 대상을 매개한다는 광의의 정의가 아닌 미디어라는 것이 연상시키는 보다 협소한 정의로 돌아와 볼 때 미디어의 출발점은 언론이었다. 미디어와 관련된 규범이론의 고전인 『언론의 4이론』에서 다루는 대상이 언론으로 국한되어 있는 것도 미디어라는 제도를 탄생시킨 매체가 언론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에서 2016년에 출간된『뉴스를 묻다』는 뉴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룬다. 출간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뉴스를 묻다』에서 다루는 쟁점들은 과거,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와 관련된 논의들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미국과 비교할 때 저널리즘과 관련하여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국내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뉴스를 묻다』는 뉴스의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된 286가지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질문들만 살펴봐도 뉴스와 관련하여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서 살펴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독특한 형식이고 유용성이 높은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뉴스를 묻다』에 따르면 뉴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매체였던 신문은 17세기인 1605년에 시작되었다. 『뉴스를 묻다』에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미국적 상황이다. BBC로 상징되는 공영방송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과거부터 대부분의 언론이 광고, 구독료와 같은 사적 재원으로 언론사를 운영해 왔다. 재원의 문제는 뉴스의 미래와 크게 연동되어 있는 문제고, 『뉴스를 묻다』에서는 이 문제를 주요하게 다룬다. 또한 현재 저널리즘의 이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객관성도 뉴스의 본원적 가치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뉴스를 묻다』의 관점이다. 오히려 언론사는 태생부터 정파적이었으며 지금의 언론 지형이 과거와 유사해 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1940년대보다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론에 대한 신뢰’가 예민한 주제가 아니었던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언론은 중립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쪽 정당이나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스스로도 그렇게 이해했다. 독자들은 그들이 찬성하는 신문을 신뢰했고 그 반대 신문들을 불신했다(107쪽).” 『뉴스를 묻다』에 따르면 뉴스의 객관성은 신화에 가까우며 “언론이 주류적이고 중립적이며 중도적이고 책임감 있는 뉴스 보도로 완벽하게 신뢰받는 하나의 기둥이었다는 생각은 보통 환상이다(107쪽).”     


저널리즘의 전문성에 대한 높은 기대와 일반 뉴스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인식은 워터게이트와 같은 특수한 보도 사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뉴스를 묻다』는 얘기한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소식을 밝혀내는 탐사 저널리즘이 높이 평가 받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미국에서 언론사들은 대부분 사적 재원으로 운영되며, 과거보다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미래에는 20세기에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여겨져 왔던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BBC와 같은 공영방송사도 존재가치에 대한 도전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뉴스를 묻다』에서 다루고 있는 뉴스의 현재와 미래는 연동되어 있다. 미디어의 형식 변화는 이용자의 미디어 소비 변화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콘텐츠를 지각하는 감각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모바일로 인한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유료로 콘텐츠를 보는데 부담을 느낀다. 저자들은 미국 언론의 유료화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뉴욕 타임즈』가 2013년에 연간 구독료 수익이 광고 수익을 넘어선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뉴스와 방송 소비에 관해서 대한민국에서 유료 모델은 아직 낯선 것이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구독모델에 관한 끊임없는 실험이 이루어져 왔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델도 있다. 하지만 뉴스의 유료화만이 정답은 아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 같지만 재원 모델은 더욱 다양화 될 것이다. 광고의 형태도 보다 다양화 될 것이고,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발달하면 광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객관성을 중시하는 저널리즘 매체에서 보도와 광고의 경계가 갈수록 흐릿해 진다면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언론사 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 질 것이다. “예를 들면, 많은 언론사는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될 기회를 늘리기 위해 자사 기사의 온라인 판에 기억하기 쉬운 새로운 표제를 붙인다(180-181쪽).”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과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NS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더욱 용이하기 때문이다. “뉴스 소비자는 자신이 팔로우하는 트위터의 피드, 자신이 선호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링크, 자신이 선택하는 온라인 뉴스 알림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 나름의 고유한 결정권을 갖는다. 마치 광고주가 소비자의 클릭이 쌓여 도출된 프로파일에 맞춰 광고를 제공하려고 하는 것처럼,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는 점점 더 소비자에게 과거에 그들이 가장 빈번하게 클릭했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려고 애쓴다(184쪽).”     


그럼 미래에 뉴스의 가치를 결정하는 자는 누구일까? “과거에는 언론인이 저널리즘과 ‘뉴스’를 정의했다고들 한다. 전통적인 뉴스편집실의 작업 속에 따라 오래된 사업 모델이 창출한 자본으로 저널리즘과 뉴스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저널리즘의 생산 방식, 재원 조달 방법, 공적 목표, 그리고 저널리즘의 정의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 같다(6-7쪽).”아마도 미래에 뉴스가치를 결정하는 주도권은 이용자가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를 묻다』에서는 라디오가 신문을 없애지 않았고, 텔레비전이 라디오를 없애지 못한 것처럼 매체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각각의 매체가 지닌 위상과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서로 다른 매체 형태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다양한 유형의 매체가 정말로 서로 다른 일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들은 각기 다른 매체 형태에 따라 제작 방식이 조금씩 다른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있는 작가와 제작자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데, 독자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미디어) 양식으로부터 각기 다른 유형의 지식과 만족감을 얻는다(221쪽).”저널리즘의 변화는 진행 중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뉴스를 묻다』에는 좋은 질문을 찾아낼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담겨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디어라는 형식의 변화가 갖는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