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과 체념 사이에서 구원으로 도착하는 유머

윤성희 「어느 밤」,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by 노창희

윤성희 소설에서 구원은 깨달음과 체념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윤성희 소설에서 등장인물이나 화자가 처해 있는 지점은 대개 이미 지나간 일을 회복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2019 김승옥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어느 밤」도 마찬가지다. 덕선은 남편과의 사이에 되돌릴 수 없는 마음의 강을 건너온 상태다. 덕선은 아버지가 몸을 크게 다친 이후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고, 남편이 실직한 이후 유년 시절에 아버지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처럼 남편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딸은 유학을 간 상태이고 덕선은 그런 상태에서 남편을 견디면서 살고 있다. 가끔은 남편에 대해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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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머니가 가만히 놓여 있는 킥보드를 훔쳐서 탄다. 이 소설은 킥보드를 훔친 할머니가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서 자신을 구해준 청년에게 킥보드를 제자리에 놓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다. 여동생을 잃은 청년은 “그후로 뭔가가 사라졌(27쪽)”다. 그 점에서 덕선과 닮아있다. 덕선은 그렇게 상실을 겪은 청년의 도움을 받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다. 그건 상황이 나아져서가 아니다.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때 덕선은 마술 선생님의 말을 떠올린다. “마술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유머(27쪽)”라고. 나는 저 표현을 이렇게 바꾸어서 쓰고 싶다. 인생에서 상황보다 중요한 건 그 상황을 유머로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윤성희 소설에서 구원은 그렇게 온다. 깨달음과 체념 그 사이에서 그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는 바로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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