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이히.「일시적인 문제」, 『축복받은 집』.
“안내문은 그게 일시적인 문제라고 했다. 닷새 동안 오후 여덟시부터 한 시간 동안 단전이 된다는 것이다(15쪽).”로 시작되는 「일시적인 문제」의 첫 문장은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단편이 다룰 문제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점을 직감할 수 있게 한다. 쇼바와 슈쿠마는 반년 전인 지난해 9월 사산으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다. 35살인 슈쿠마는 아직 고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논문을 쓰고 있고(쓰는 척을 하고 있는 것에 가까운 상태다) 33살인 쇼바는 교정 일을 하고 있다.
중년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 삶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를 잃은 일 말고도 말이다. 슈쿠마는 부부 관계 뿐 아니라 자신의 학업에도 교착 상태에 빠진 채 집 밖에서 나가지 않을 핑계만 찾고 있다. 이들이 빠져 있는 교착 상태는 쇼바에 관한 다음과 같은 묘사에서 잘 느껴진다. “회색 운동복 바지에 감청색 포플린 레인코트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은 서른세 살의 그녀는 한때 자신이 절대로 닮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부류의 여자처럼 보였다(15-16쪽).” 서른 살을 훌쩍 넘은 이들 부부에게 삶은 벌써 권태롭고 밝은 전망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아이를 잃은 후 이들 부부의 관계는 서로를 견디는 것에 가까운 것이 되어 버린다. “어떤 것도 자극제가 되지 못했다. 대신 슈쿠마는 자신과 쇼바가 침실이 세 개인 집에서 어떻게 서로를 피하는데 전문가가 되었는지 생각했다(20쪽).” 닷새간의 단전은 쇼바와 슈쿠마에게 오랜만에 대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쇼바가 어둠 속에서 슈쿠마에게 서로가 알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자고 제안한 것. 닷새간의 단전이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들 부부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다.
불행하게도「일시적인 문제」는 이미 끝나 버린 관계를 회복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미 슈쿠바와의 별거를 준비하고 있었던 쇼바는 단전 때 제공된 대화의 자리를 별거를 통보할 기회로 삼았다. 슈쿠바는 그런 그녀에게 역겨움을 느낀다. “그녀가 그 없는 생활을 준비하면서 지난 며칠 저녁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나니 슈쿠마는 역겨운 생각이 들었다(43쪽).”
「일시적인 문제」에서 쇼바와 슈쿠바의 관계가 나빠진 결정적인 원인은 쇼바가 사산할 때 슈쿠바가 쇼바 옆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볼티모어에 있는 학회에 가보라고 권한 것은 쇼바였다. 슈쿠바의 잘못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끝내 쇼바는 슈쿠바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다. 관계란 이처럼 미묘한 것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선의에서 비롯된 행위가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일시적인 문제」는 잘 보여준다.
단편이 관계에 대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이 비롯된 지점을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관계의 파열이든 회복이든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단편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정확한 문장만큼 그 일을 잘 도울 수 있는 것은 없다.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음을 깨달은 쇼바와 슈쿠바는 함께 운다. “두 사람은 이제 자신들이 알게 된 사실 때문에 함께 울었다(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