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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Jul 07. 2020

플랫폼에 의해 분산되어 진행되는 혁명들

이승훈.『플랫폼의 생각법』.

미디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특히, 동영상 플랫폼들의 경쟁 상황을 민감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는 입장에서 ‘플랫폼’이라는 단어만큼 낯익은 동시에 어려운 개념도 드물다. 먼저 광의의 플랫폼 개념과 협의의 플랫폼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구분하고 나면 이승훈이 왜 넷플릭스 보다 유튜브에 주목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플랫폼이라 부르는 기업들이 갖춰야 할 전제조건은 ‘양면시장’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과 개방된 생태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쉬운 얘기지만 양면시장을 지향하는 사업자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 그리고 개방을 지향하는 사업자와 폐쇄형 생태계를 선택한 플랫폼들의 특징을 구분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양면시장이란 공급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면서 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형태가 아닌 서비스가 있는가? 가령,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자기가 제작하거나 편성한 콘텐츠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이나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는 양면시장을 지향하는 플랫폼이 아닌가?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주목하는 플랫폼의 형태는 아니다. 광의의 의미에서 플랫폼이 아닌 것은 아니다.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얘기하는 플랫폼이란 자신이 콘텐츠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공급자와 이용자를 매개해 주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비교해 보자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 유튜브 레드는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한 유튜브는 자체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거의 완전히 개방된 플랫폼이다(‘거의’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유튜브가 거의 보편적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개방성이라는 측면에서 『플랫폼의 생각법』에서 얘기하는 플랫폼의 원칙에 위배된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는 제한되어 있으며, 이용자는 회원가입은 물론 월정액을 지불해야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넷플리스는 2012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서 공급하고 있다. 『플랫폼의 생각법』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은 플랫폼 보다는 서비스에 가까운 사업자다.       


『플랫폼의 생각법』은 협의의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는 플랫폼 뿐 아니라 서비스에 가까운 플랫폼들도 함께 다루고 있고, 각기 다른 이들의 전략을 사업자 별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들을 ‘플랫폼 기업’이라 부르고, 이들이 택한 전략을 ‘플랫폼의 생각법’이라 정의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이 했던 생각법을 추출하여 전달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면 한다(7쪽).”     


21세기를 전후로 하여 등장한 『플랫폼의 생각법』의 주인공들은 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이 지식과 정보라는 영역에서의 변화를 만들었고, 페이스북이 미디어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아마존은 기존의 상거래 유통습관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았고 유튜브는 콘텐츠 생태계를 재편했다. 이를 지식혁명, 미디어혁명, 유통혁명, 콘텐츠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즉 이제 혁명은 잘게 쪼개져 분산되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307).”     


IT 강국이라 자부하고 K 콘텐츠를 브랜드화시킨 대한민국에서도 이들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증대에 따른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의 생각법』의 주인공들이 강자가 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 얘기한 대로 이들이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유용한 가치를 전달해서 선량한 독점을 하고 있다면 이 독점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가 질문으로 남는다. 대한민국 1인 미디어의 성장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선량한 독점의 혜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는 이후의 사회 변화를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분명하다. 그 이슈를 이해하는데 『플랫폼의 생각법』처럼 유용한 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음의 문장을 옮기면서 마친다. “앞으로의 혁명은 아주 잘게 나뉘어 세세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큰 변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융합이라는 단어, 인문이라는 단어가 산업혁명이라는 영역에 등장하는 이유는 단 하나의 단어로 다양한 변호를 명쾌하게 설명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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