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창희 Aug 08. 2020

탈진실 속에서 찾아야 할 진실

리 매킨타이어. 『포스트 트루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이 진실에 보다 가까이 근접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식적인 믿음이 잘 지켜지지 않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는 우리가 알고 싶은 것만 알고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남긴 댓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친구 삭제’를 하거나 ‘숨기기’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음모론에 한껏 심취하고 싶다면 종일 음모론을 소개해주는 방송 채널을 찾아보면 된다.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로만 주위를 가득 채우기가 이전 어느 때보다 쉬워진 것이다(87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것을 이용하여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시도와 그 시도를 하는 주체들이다. 『포스트 트루스』에서 얘기하는 탈진실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바로 탈진실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탈진실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포스트트루스(post-truth)’를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19쪽).”     


탈진실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주체가 있고 그 주체가 전달하는 탈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전자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 알기 용이해 진 미디어 환경에 있다. 미디어 환경을 탓할 수만은 없다. 맞춤형 서비스는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문제는 편의 이면에 있는 부작용이다.      


탈진실을 가장 잘 활용한 대명사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황금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였다. 트럼프가 뉴스 보도를 통해 이익을 얻는 만큼 방송국 역시 트럼프 뉴스로 수익을 얻었다(128쪽).” 트럼프가 탈진실을 잘 활용해온 정치인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탈진실의 문제는 트럼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세계 어디에서나 탈진실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어떤 진리 이론이 타당한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다양한 방식으로 진실을 전복시키는지 이해하는 것이다(22쪽).”     

탈진실을 통해 이익을 얻은 집단 혹은 이익을 얻은 개인이나 집단들은 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된다. “탈진실 현상이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면, 사람들은 대중의 반응이 ‘실제로’사실 여부를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25쪽).” 이러한 시도는 자신의 믿음을 강화 시켜 줄 수 있는 정보를 원하는 이용자 니즈에 부응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이용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정보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뉴스 매체로 떠오르면서 사실과 의견의 경계는 더욱 흐려졌다(130쪽).”     


탈진실이 유포됨에 따라 가짜 뉴스가 탄생하게 된다. “단지 거짓인 보도를 한다고 해서 가짜 뉴스는 아니다. 의도적인 거짓을 보도해야 가짜 뉴스다(143쪽).” 탈진실을 유포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것이다. 의도가 포함되지 않은 그릇된 정보는 가짜 뉴스라고 하기 어렵다. “결국 ‘가짜 뉴스’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든 이익을 위해서든 영향력을 위해서든 고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생산하고 유포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라고 정리할 수 있다(148쪽).”     


『포스트 트루스』가 우리에게 경고하는 것은 탈진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정보를 주로 한 가지 출처를 통해서만 얻고 있다면 혹은 특정한 채널 하나에만 정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 출처를 다양화시켜야만 한다(217쪽).” 탈진실과 가짜 뉴스에 언제든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우리를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기자신 뿐이다. “오늘날 세상에서 누군가가 우리의 눈을 속이려고 아무리 애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세상에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진실은 지금까지 늘 소중했고 앞으로도 계속 소중할 것이다. 제때에 이 사실을 깨달을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227쪽).”     

매거진의 이전글 디지털의 이면에 대한 성찰적 이해 그리고 수작(手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