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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Apr 24. 2021

포기할 수 없는 제2 기계 시대의 희망

김만권.『새로운 가난이 온다』.

암울한 시대다. 김만권이 『새로운 가난이 온다』에서 얘기한 것처럼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김만권은 ‘제2 기계 시대’라는 표현으로 현 단계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본다. “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다른 말로 ‘제2 기계 시대’라고 불러요, ‘제1 기계 시대’가 증기와 전기를 통해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증폭시켰다면, 제2 기계 시대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고 있어요(26쪽).”     


제2 기계 시대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코로나라는 재난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지지 않으려 한다는 건, 사회적 약자들에겐 존재로서 의미를 잃고 살아가기 위해 홀로 견뎌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12쪽).” 현재까지 나타나고 있는 양상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종속성 심화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 암울한 상황을 초래한 것은 기계일까? 김만권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문제라고 애기한다. “문제는 기계를 통해 ‘신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지,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와 인간의 구분’은 아니니까 말이죠(50쪽).”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다루고자 하는 키워드는 ‘노동’이다. 김만권은 한나 아렌트를 인용하면서 “노동의 지배가 근대의 핵심적인 문제(224쪽)”였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개인들은 ‘자기 채임’의 윤리를 내면화한 채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이 지구적 시장에 내던져지고 말았던 거에요(111쪽).” 노동하지 않는 인간은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인류를 노동에 의존하도록 만든 것이다. 노동에 의존하는 인식이 더욱 위험한 것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넘어서기 어려운 사다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개인을 몰아세우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김만권은 어서 빨리 노동 밖으로 나오라고 거듭 강조한다.      


다음 키워드는 ‘기계’다. 김만권은 “기계와 긍정적인 파트너십(68쪽)”을 맺자고 제안한다. 제1 기계 시대에도 제2 기계 시대에도 인간을 어렵게 만든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었다고 김만권은 지적한다. “문제는 새로운 기계가 아니라 노동자의 보호를 외면한 사회였던 거에요(30쪽).”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은 콘텐츠를 생산하기보다는 콘텐츠를 매개해 주는 기능을 한다. 김만권은 이런 플랫폼의 속성을 ‘부불노동’이라고 얘기한다. “기업은 연결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할 뿐,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채워 넣고 있죠. 이런 노동을 ‘부불노동(不拂勞動)’, 쉽게 말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노동이라고 해요(116쪽).” 기계가 생산하고 그 몫을 인간이 할당받을 수 있다면, 제2 기계 시대는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만권은 ‘로봇세’, ‘구글세’를 걷어서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마지막 세 번째 키워드는 인간 사이의 연대다. 기계를 만들어 낸 것은 인간이고 그것의 활용방식을 결정하는 것도 인간이다. 인간이 기계를 잘 활용하여 같이 잘 살아나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바로 김만권이 제안하는 ‘새로운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제안이기도 하다. 책을 전부 읽기 부담스러우신 분은 「프롤로그: 만질 수 없는 시대의 ‘평범한 우리’」만이라도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다음의 문단을 인용하며 마친다.      


“코로나19 이전, 서로를 만질 수 있던 시대에 우리 삶은 이미 파편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 책은 서로를 만질 수 없는 시대에, 평범한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연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다. 다가올 세계에서 우리가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이 될지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이 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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