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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May 29. 2021

스트리밍 시대의 텔레비전 그리고 시청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편집부.『코로나19 이후의 한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귀한 기회를 주셔서 『코로나19 이후의 한류』에서 한 장을 맡았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의 텔레비전 그리고 시청자」라는 제목으로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함의, 스트리밍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 시청자에게 스트리밍 환경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청자와 관련된 부분은 이광석 교수님의 글들에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김아영 연구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점에서 판매되는 책이지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책을 다운로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kofice.or.kr/b20industry/b20_industry_00_view.asp?seq=1190&page=1&find&search&fbclid=IwAR2VBl5aG1Qy00sC-Q-LMf4qCyQvO64qU8iRc-DKwli9C-P3n0OXlTGDNp8     


몇 대목을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텔레비전’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화는 단절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든 현재의 상태를 규정하기 위해서든, 시기를 구분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현재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극복하는 일이고 이 재난 상태는 미디어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는 변화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변화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노창희, 2020a, 155쪽).”      


“특정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가 있다. 텔레비전 은 20세기를 주도하던 매체였다. 지금은 텔레비전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가 바뀌어 가는 이행기라고 할 수 있다(노창희, 2020, 5, 20). 매체가 가지는 영향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는 산업적 변화와 함께 매체를 통해 인간이 지각하는 감각도 변화하게 된다. 매클루언(McLuhan, 1964/2002)과 포스트먼(Postman, 1985/2020)은 매체의 형식 변화가 인간이 지각하는 감각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함께 시청자가 처해 있는 구조적 상황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로 소비하는 매체가 변화하게 되면 전반적인 삶의 양식도 바뀌기 때문이다(155-156쪽).”      


“스트리밍화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시청자의 시청 행위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변화는 역동적이며,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은 역동적인 스트리밍 환경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맥락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이다(노창희, 2020, 8, 10).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함의, 스트리밍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 시청자에게 스트리밍 환경이 갖는 의미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157-158쪽).”     


2. ‘스트리밍’이라는 메타포      


“과거 스트리밍에서 중요한 요소가 ‘실시간’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최적화(optimization)’다. 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속에서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원하든 언제든(‘What you want, When you want’)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Herbert, Lotz, & Marshall, 2019, p. 354). 이제 시청자는 방송하는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갈 수 있다. 물론 시청자가 충분히 능동적이고 이용 능력을 갖추었다는 전제에서 그렇다(160쪽).”     


“텔레비전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서로의 특성을 닮아 가면서 과거의 텔레비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을 다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맥도널드와 스미스-로지(McDonald & Smith-Rowsey, 2016/2020)는 넷플릭스가 새로운 ‘방송 네트워크화’가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기존의 방송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최적화에 가까운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샤피로(Shapiro, 2020)는 데이터 논리에 기반을 둔 넷플릭시즘(Netflixism)이 기존 텔레비전 연구의 전통을 침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청자의 주체성이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으로 초래된 변화가 텔레비전의 성격과 시청자의 성격 모두를 변화시키고 있다(163쪽).”     


“스트리밍 영역으로 모든 사업자들이 수렴되는 지금의 환경을 ‘스트리밍기’라고 명명해 보고자 한다. 이제 텔레비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인 시청자, 사업자, 정부는 스트리밍기에 적응해야 한다. 스트리밍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노창희, 2021, 1, 26). 시청자는 폭넓은 선택권과 더불어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로 인해 더욱 편리하게 텔레비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도 사실이다. 사업자들은 스트리밍 환경에서 엄청난 경쟁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동일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과거 텔레비전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역동성은 스트리밍기가 가지는 특징이다(164쪽).”     


3. 시장 변화에 대한 맥락적 접근:

스트리밍으로의 수렴과 분화, 로컬과 글로벌의 긴장과 타협      

“넷플릭스 글로벌 유료 가입자가 2020년 4분기에 처음으로 2억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2020년 4/4분기 글로벌 유료 가입자는 2억 366만 명으로 3/4분기(1억 9515만 명) 대비 851만 명 증가하였다(Netflix, 2021, 1, 19). 2019년 말경 ‘2020년에는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s)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으나 코로나 여파로 스트리밍 이용량이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노창희, 2020b). 2021년에도 스트리밍 이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OTT로 인한 시장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지 않았던 국내의 경우 변화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165쪽).”       


“2020년 말에 유통 플랫폼 쿠팡이 OTT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쿠팡이 론칭한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유통 플랫폼의 OTT 시장 진출이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사례였기 때문이다.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아마존은 쇼핑과 동영상,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사례를 주목해 볼 만한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중심으로 논의되어 오던 경쟁 요소에 ‘패키징’이라는 새로운 생각거리가 주어졌기 때문이다(노창희, 2021, 1, 11).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이용하는 상품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구독 서비스에서 패키징이 중요한 이유이다(Tzuo & Weisert, 2018/2019). 패키징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등장한 새로운 경쟁 요소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방송통신 시장에서 결합상품은 핵심적인 경쟁 전략이었다. 스트리밍 시장에서 패키징 전략을 더욱 주목해서 보아야 하는 이유는 레거시 방송통신 상품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패키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166쪽).”      


“스트리밍의 활성화는 영상산업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상 장르에서 영화가 갖는 의미는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각별하다. 영화는 영상산업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최고의 제작인력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산업적으로 다른 장르의 영상산업보다 단위당 가치가 훨씬 크다. 수만 편의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월정액 이용료가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가서 보는 금액과 비슷하기 때문이다(167-168쪽).”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이용량이 높아질수록 콘텐츠의 문화적 가치가 중요해진다. 스타이너(Steiner, 2017)는 몰아보기와 같이 부담이 큰 동영상 시청도 문학과 같이 수준 높게 느껴진다면 시청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제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단순히 많은 시청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뿐 아니라 평단의 지지가 필요한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평판 관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171쪽).”       

4. 알고리즘 시대, 시청자의 새로운 정체성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해 주는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상징하는 기업인 넷플릭스의 맞춤형 서비스에 대해서도 체류 시간이 충분하거나 시청자 입장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은 설정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활용할 때에만 제대로 된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McFadden, 2019, 6, 13; Park, 2019, 8, 3). 이러한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든 혹은 콘텐츠에 대한 판권을 구매하든, 어렵게 콘텐츠를 수급하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봐 주었으면 하는 콘텐츠를 추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174쪽).”      


“이처럼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시청자의 주체성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Shapiro, 2020). 아놀드(Arnold, 2016/2020)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측정과 예측이 시청자들의 맥락과 경험 그리고 정체성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체니-리폴드(Cheney-Lippold, 2011)는 데이터 기반 환경이 ‘알고리즘 정체성(algorithmic identity)’을 만들어 냈다고 보면서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체니-리폴드는 알고리즘에 의해 구축된 정체성은 자유주의 정치에서 벗어나 시민 담론을 창출할 수 없도록 만들며, 개인을 감시하는 데 유용하다고 지적한다. 편성이 시청자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처럼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도 시청자의 주체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희은, 2019). 이광석(2020a)은 시청자 입장에서 작동 방식을 알기 어려운 플랫폼이 제공하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암흑상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추천 받는 콘텐츠가 어떠한 경로를 거쳐 도달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175쪽).”     


“시청자에게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와 정보가 제공되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에 도움을 받는 것은 분명 이로운 일이다.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가용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분명 시청자가 불필요하게 소모해야 할 기회비용을 크게 줄여 준다. 문제는 자신의 주권을 스스로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177쪽).”      

  

“이런 차원에서 이광석(2020b)이 제안하는 ‘수작(手作)’ 개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광석(2020b)이 얘기하는 수작 개념은 직접 손을 쓰면서 사물의 원리를 파악한다는 원 뜻을 넘어 기술이 지닌 맥락을 성찰적으로 이해하는 것까지를 포괄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청자는 자신이 딛고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이해의 지반 위에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나 자신을 위해 활용할 때 자신에게 최적화된 시청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177-178쪽).”      


5. 스트리밍의 가속화와 텔레비전의 미래     


“이 글에서 나는 텔레비전 산업과 관련된 생산, 유통, 소비의 특성을 ‘스트리밍’이라는 용어로 규정하였고, 텔레비전 산업이 스트리밍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였다. 텔레비전 산업이 산업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홍중(2009, 6쪽)의 말처럼 사회가 “모두가 같은 마음이 되는 덧없는 순간의 불안정한 제도화”라고 한다면, 사회 구성원의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텔레비전 산업의 변화를 주시하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178쪽).”     


“시장에서는 새로운 콘텐츠 확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최적화, 시청자들에게 보다 넓고 유용한 서비스를 결합시킬 수 있는 패키징 방식 등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국내 시장으로 좁혀 보면 이미 SVOD 시장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시장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더불어 디즈니플러스 등 새롭게 국내에 진입할 스트리밍 사업자들로 인해 시장에서 경쟁 압력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나가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자들과 콘텐츠와 관련된 협력을 이어 나가야 한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환경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와의 콘텐츠 협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IP 확보와 같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 협력의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높은 제작비가 아니라 창의적인 서사 발굴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장르화되고 있는 ‘한국형 호러’처럼 대한민국의 인장이 확실히 박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노창희, 2021, 1, 26, 179쪽).”      


“이용자의 선택권이 높아지면서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생태계’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노창희, 2020b). 하지만 이용자가 접해야 하는 콘텐츠와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보의 진위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가려내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하는 ‘탈진실(post-truth)’(McIntyre, 2018/2019)의 문제, 맞춤형 서비스로 인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필터 버블’(filter-bubble)’(Pariser, 2011/2011)과 같은 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의 미디어 이용 능력이 향상되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수면시간을 방해할 정도로 콘텐츠 소비 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의 여가를 함부로 쓰기 싫다면,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노창희, 2020, 4, 21). 기술의 진화, 선택권의 확대가 가져다줄 수 있는 능동성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벗어나 시청자들의 종합적인 실천행위로서 시청행위를 성찰적으로 소환해야 하는 시점이다(이광석, 2020a, 180쪽).”      


“바람직한 텔레비전 생태계, 나아가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는 사업자, 정부, 시청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노창희, 2020b). 시청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사업자의 혁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청자의 적극적 실천, 합리적인 조정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어우러질 때 보다 나은 미래가 올 것이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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