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야스밀라 즈바니치 <쿠오바디스, 아이다>, 이경미 <미쓰 홍당무>

by 노창희

금요일에 학회에서 토론할 일이 있어서

당일치기로 여수에 다녀왔다.

빠듯한 일정을 핑계로 내내 혼자 돌아다녔는데

그게 오히려 힐링이 된 듯하다.

간장게장 백반 정식에 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잎새주를 2병에는 조금 모자르게 마시고 서둘러 기차를 타러 갔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11시가 넘어있었다.

가끔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을 때 더 외롭다.

여수에는 조만간 다시 가보고 싶다.

이번에는 여유를 좀 가지고.


이번 주에 본 영화는

야스밀라 즈바니치의 <쿠오바디스, 아이다>와 이경미의 <미쓰 홍당무>다.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세르비아군에게서 자식들과

남편을 구하기 위한 아이다의 절박한 행보를 다룬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절규하며 묻는 아이다 앞에서 신은 침묵한다.

도무지 답을 구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문제는 그 순간 이후에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

아이다는 그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미쓰 홍당무>는 참 독특한 영화고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 같다.

내가 <미쓰 홍당무>를 보고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왜 사람들이 나한테만 이러냐고 양미숙이

절규할 때였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만만하니까

나를 이렇게 대하는구나 라는 분노와

그럼에도 나는 저 사람을 선의로 대해야지 하는 가식 사이에서

평생을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얼마 전 오랜 친구들에게

솔직한 고백을 했는데 다들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고백에

다들 그걸 일과 관련된 성취와 관련해서 생각해서 놀랐다.

40대 초반이라는 나이는 무조건 일과 관련된

성취와 연관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기는 하지만

일과 관련된 성취에 관해서라면 오히려 나는 불만이 없는 사람이다.

운이 좋은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좋은 사람은 못되더라도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게 살게 되기를

자꾸만 바라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럼에도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겪는 부당한 일들은 결코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가 위로의 최대치인 순간들이 많다.

<미쓰 홍당무>는 슬픈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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