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과 기억

스리람 라그하반 <블라인드 멜로디>,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

by 노창희

이번 주에 본 영화는

스리람 라그하반이 연출한 <블라인드 멜로디>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원더풀 라이프>다.


<블라인드 멜로디>는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흡인력이 큰 영화였다. 설정이 작위적이고 개연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대목들도 많았다.

하지만 영화가 재밌었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2가 개봉 중인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소리와 침묵의

공포를 모티브로 활용한다면 <블라인드 멜로디>는

보이지 않는 맹목(盲目)을 모티브로 활용한다.


<블라인드 멜로디>의 설정이 흥미로운 것은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당연한 공포와 더불어

내가 볼 수 있는지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척 하는 것인지를

같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겠지만

잘못된 욕망 때문에 인간이 맹목적이 되어가는 것만큼

꼴사나운 일도 없다.


유독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다시 보는 일이

많은 요즈음이다. 물론, 좋은 일이긴 한데

인생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기도 한다.


좀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한다.

<원더풀 라이프>도 여러 차례 나눠서 봤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택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나는 선택하지 못할 것 같다.

아직 남아 있는 인생에서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선택해서 재현할 만큼

좋은 순간이 과연 있었을까 하는 회의 때문에 그렇다.


아직은 앞으로 살아갈 날을 버텨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기억이라는 것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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