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 <좋은 사람>
자애로워 보이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추궁한다. 장면을 접하는 순간 느낄 수 있듯이 학급 안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에 대해 아이들에게 자수할 것을 권하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동국(최준우 분)은 경석(김태훈 분)에게 세익(이효제 분)이 돈을 가져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제보한다. <좋은 사람>이 쫓는 첫 번째 미스터리다. <좋은 사람>은 시종일관 서스펜스를 유지해 나가는 영화다. 이하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세익은 이혼한 것으로 보이는 아내 지현(김현정 분)으로부터 딸인 윤희(박채은 분)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역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내심 찜찜한 눈치다. 세익에게 진실을 적어 달라고 얘기하고 경석은 어쩔 수 없이 윤희를 데리러 간다. 세익이 실질적으로 벌을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경석은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학교로 향하고 윤희를 차에 둔 채로 세익에게 가지만 세익은 백지를 남기고 사라진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춘다. 문제는 윤희가 차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는 것이다. 윤희는 차에서 나와 교통사고를 당했고, 세익은 윤희의 엄마인 지현(김현정 분)에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추궁 당하지만 상황에 대해서 정확하게 얘기하기를 회피한다.
사고를 낸 운전자 형섭(김종구 분)은 세익이 윤희를 트럭으로 밀었다고 주장하고 세익은 아니라고 한다. <좋은 사람>이 쫓는 두 번째 미스터리는 윤희는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가다. 세익은 도난 사건의 진범이 아니었고, 윤희를 차에 민 것은 사실로 드러난다. 경석은 사건을 부드럽게 해결해 보려고 하는 스타일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을 회피하는 결정을 반복한다. 세익을 바로 추궁하지 않고 좀 더 면밀하게 경위를 파악해 보려고 했다면? 지현이 세익을 만나 보겠다고 했을 때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지현에게 세익을 만나 보게 했다면? 지현이 처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을 때 사실대로 얘기했더라면? <좋은 사람>은 무수한 가정을 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경석에게 자신이 윤희를 밀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자해한 후 병원에 입원하게 된 세익은 경석에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거짓말밖에 할 게 없다고 얘기한다. 왜 그런지 몰랐는데 자기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좋은 사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경석의 표정이다. 경석은 표정으로 자신이 좋은 사람임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좋은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실체적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마주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책임을 회피해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경석처럼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경석은 나쁜 사람인가? 세익이 한 얘기는 결국 경석이 돌려받게 될 비난과도 같다.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단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회피한 책임은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사람>은 보여준다. 하지만 경석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누구나 경석과 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 <좋은 사람>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경석과 얼마나 다른 사람일 수 있는가. 나는 경석이 결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