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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11. 2021

디즈니 플러스 국내 진출의 의미 3

OTT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이용자는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존재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기 자신이 어떤 기회비용을 감당하고 플랫폼을 이용하는지 지각하지 못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와 같이 월정액 이용료를 지불하고 이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상당히 민감하게 서비스를 평가한다. 하지만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내주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둔감한 경우가 많다. 비용이 발생하는 서비스든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서비스든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기 위해 발생하는 인지적 노력 그리고 우리의 이용행태라는 귀한 정보를 플랫폼에 넘겨준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가 많은 것들을 내주고 이용하는 플랫폼의 작동방식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붉어진 IP 독점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망이용대가와 관련된 이슈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결정된 요금 인상이었기 때문에 요금 인상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CDN에게 요금을 내고 CDN 업체는 다시 이통사인 ISP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간접적으로 망이용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망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망이용대가 관련 분쟁은 당사자들 외에 진실을 알기 어렵다. 사업자 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와 관련된 이슈 대부분이 그렇다. 그에 더해 망이용대가 정산 방식은 일반 이용자뿐 아니라 미디어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만이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에서도 내고 있지 않으니 국내에서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적어도 당분간 혹은 앞으로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망이용대가와 관련한 구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쓰는 일은 필자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다. 다만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디즈니 플러스 국내 진출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애플TV 플러스 국내 진출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에 진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우선 이용자들이 글로벌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한다. 디즈니 플러스와 관련된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자체가 그만큼 디즈니 플러스에 대한 이용자의 기대치가 높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국내 사업자들이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력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사업자간 협력은 사업자의 자율적 선택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서 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망이용대가와 관련해서는 사업자, 정부, 학계 등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 이용자들은 넷플릭스의 요금 인상이 망이용대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망이용대가 문제 때문에 요금이 인상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의 보도들도 있었다. 넷플릭스가 망이용대가와 요금 인상 사이에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용자들이 망이용대가와 관련된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든 디즈니 플러스든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영업상의 기밀을 지키는 선에서 이용자의 이해를 돕는 방법을 함께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5년이 지났다. 2022년은 아마도 글로벌 사업자에 의한 시장의 변화가 더욱 첨예하게 나타날 것이다. 대한민국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것이 입증된 상황에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도 대한민국에서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서는 자신이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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