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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20. 2021

디즈니 플러스 국내 진출의 의미 4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과 긴장

시장에서의 경쟁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경우에 따라 사업자 간에 협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16년 엘지 유플러스와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이통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을 곱게 보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첫 번째 파트너로 엘지 유플러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2016년과 다른 것은 KT와도 모바일 제휴를 하고 특정 요금제 이상을 사용하는 가입자들에게는 디즈니 플러스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계약했다는 것이다. SKT도 애플TV 플러스와 제휴를 체결했으며, 향후 아마존 프라임과도 제휴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국내 오리지널 ‘멘탈리스트’ 제작을 마친 HBO 맥스도 제휴를 통해 국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 간 제휴는 전혀 놀라운 일도 마냥 비판을 받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방식의 협력은 무엇인지,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이 불러올 부정적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사업자들과 글로벌 사업자 간 제휴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양자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는 국내에 독자적으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고, 방송 플랫폼뿐 아니라 전국적인 핸드폰 판매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이통3사와 제휴해서 진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국내 유료방송 및 통신 서비스와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홍보 효과도 상당하다.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글로벌 사업자와 제휴가 갈수록 절실해 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OTT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유료방송의 경쟁력 제고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와 달리 채널규제, 기술규제, 요금규제 등 각종 규제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는 유료방송 플랫폼은 OTT에 비해 이용자 입장에서 편의를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경쟁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서라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경쟁사들이 글로벌 사업자와 제휴하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사업자와의 동맹을 맺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제는 국내 이통 사업자 혹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협력이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OTT 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글로벌 사업자와의 제휴에 의존하는 형태가 심화되게 되면 유료방송과 OTT를 포함한 국내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재원구조가 어려워지고 있는 레거시 방송 영역에서 최근 몇 년간 매출이 늘어 오던 영역이 있다. VOD 매출은 다른 방송 관련 매출이 안 좋아지는 국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VOD 매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근본적으로 OTT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코드커팅은 아니지만 OTT와 유료방송 VOD 서비스 간 부분적인 대체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제휴가 VOD 이용량 감소를 부채질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VOD 매출 감소는 다른 변화에 비하면 지엽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 이미 OTT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내어 주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협력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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