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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25. 2021

디즈니 플러스 국내 진출의 의미 5

글로벌 OTT 사업자와 국내 미디어 생태계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내 사업자와 글로벌 사업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다룬 바 있으나 다시 한번 다루는 이유는 ‘디즈니 플러스 국내 진출의 의미’를 마무리하면서 큰 틀에서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갖는 의미에 대해 조망해 보기 위해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진출은 OTT 이용의 보편화를 촉진 시켰다는 의미를 갖는다. 넷플릭스 이전에 유튜브가 AVOD 시장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시켰고, ‘구글’이라는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서 갖는 영향력을 확장 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대한민국이 1인 크리에이터 강국으로 자리 잡는데 유튜브가 기반을 제공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론, 생태계 내에서의 산업적 변화는 선의로 이뤄지지 않는다. 상호 간 거래의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느 쪽의 이득이 큰지 정산해 보는 것은 그리 유익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가늠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튜브를 예로 들었지만 이 연작의 주인공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SVOD 사업자인 만큼 다시 SVOD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SVOD 시장의 경쟁력은 결국 다른 플랫폼이 아닌 자사 플랫폼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가 좌우한다.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 대한민국이 갖는 특징은 이용자들이 자국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점과 대한민국의 콘텐츠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 투자 여력이 국내 사업자보다 많은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 국내 진출과 함께 국내 콘텐츠에 제작 투자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2022년에는 전통적인 콘텐츠 시장의 강자인 HBO와 넷플릭스와 더불어 SVOD 시장을 양분해 왔던 아마존 프라임이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당연히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사와 제작 인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콘텐츠 수급 경쟁은 국내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콘텐츠 수급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유용하다. 아마 2022년에도 가입자 확보 경쟁만큼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 간에 벌이는 콘텐츠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국내 사업자와의 제휴, 국내 콘텐츠 제작 투자 외에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최강자 애플은 디바이스와 연계해서 패키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디즈니는 UI/UX 등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자막이나 더빙 문제도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OTT 시장으로의 전면 진출은 이용자에게도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이용자들은 새로운 글로벌 OTT 사업자가 국내에 진입할 때마다 또다시 새로운 OTT 플랫폼을 구독해야 할지 아니면 현재 보고 있던 서비스를 해지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내가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수만 개의 콘텐츠를 제공해준다고 해도 내가 볼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합리적인 이용자들은 부지런히 플랫폼을 넘나들 것이고 여러 개의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은 OTT에 대한 지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느 쪽이 보다 나은 소비 방식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가 OTT에 들이는 돈, 시간, 노력 대비 그만큼 내가 만족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콘텐츠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사업자 진출과 관련하여 ‘문화 제국주의’와 같은 접근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내노라 하는 글로벌 플랫폼들이 국내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5년이 지났고,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마도 OTT 시장뿐 아니라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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