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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Mar 07. 2022

디지털 대전환기의 유료방송 정책

<아주경제> [노창희 칼럼]

코로나가 시작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전염률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지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한민국도 조만간 그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스콧 갤러웨이는 『거대한 가속』에서 팬데믹 국면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역학 관계를 가속화시킨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디지털 대전환의 가속화다.


미디어는 변화에 민감한 분야다. 더욱이 코로나 시기에 일과 여가에 있어 미디어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른 분야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영상산업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OTT 이용량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화 관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유료방송 가입자는 소폭이나마 늘어나고 있지만 유료방송 VOD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VOD 매출과 관련하여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해 왔던 VOD 매출이 2018년 8,151억원을 정점으로 2019년에는 7,848억원으로 감소하고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7,487억원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출처: 2021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이는 VOD 부문에서 OTT에 의한 유료방송 대체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것이 2016년이니 이때부터 OTT가 유료방송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다.


OTT가 방송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앞서 OTT와 유료방송과의 관계에 있어 대체 효과가 존재한다고 지적한 이유는 이제 유료방송 규제를 OTT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다. 유료방송을 포함한 국내 방송법 체계는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큰 틀에서의 체계 개선 없이 융합 환경과 디지털 대전환 환경을 맞이하였다. 또한, 방송의 정의부터 규제 방식까지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도 지상파 방송에 적용되는 규제와 큰 틀에서 차별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재허가를 비롯해 채널규제, 요금규제, 기술규제 등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유료방송 콘텐츠 사업자들은 광고규제, 심의규제 등 OTT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와 비교할 때 다양한 제약 조건 속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편리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OTT 서비스와 비교할 때 여전히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양한 규제 조건을 고려해 가며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OTT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들이 방송에 적용되는 심의나 광고를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형식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환경에서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여전히 방송에 적용되고 있는 광고 형식규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여러 지면과 세미나장에서 언급한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자면 현재 유료방송에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규제들은 자칫 유료방송을 OTT와 비교할 때 열등재로 느끼게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 OTT 사업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정비해야 한다.


2016년‘유료방송 발전방안’에서부터 2020년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 이르기까지 정부도 규제 개선을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시장 자율성 확대’와 ‘낡은 규제 혁신’ 등이 정책 추진 목표로 제시되었으나 아직까지 목표를 달성할 만큼의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책은 기술과 시장의 진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고, 정부의 의지만으로 정책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는 유료방송이 보다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 개선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여 이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인 다양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정책 환경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매체 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사후규제를 통해 규제완화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기술중립성 도입을 통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기술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광고 규제 같은 경우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적용하여 내실 있는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유료방송 규제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는 사후규제를 강화하여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OTT를 통해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 및 서비스를 경험한 이용자들에게 사전 규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접근 방식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 지역 간 ICT 격차가 커지고 있는 환경에서 지역 유료방송 사업자의 공적 책무를 명확히 하고 이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지역채널을 넘어 지역성 구현 전반에 걸친 법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미디어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특정 분야의 두드러진 발전보다는 각각의 미디어가 동반 성장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그에 부합하는 역할을 찾아 나갈 때 가능하다.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유료방송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부터 전체적인 미디어 법체계 개편 구상 속에서 유료방송 정책은 어떻게 재편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청사진 마련에 대한 고민까지 같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출처: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2월 26일 <아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20225104149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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