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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Feb 28. 2022

티빙의 미드폼 형식 실험

[헤럴드광장]

“선생님! 병원도 오픈빨이 있나요?”

코로나19로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영업자들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데다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시간 제한, 인원수 제한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자영업보다는 사정이 좋겠지만 병원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내과 박원장’은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관점에서 병원장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다.


시트콤 장르를 표방하는 ‘내과 박원장’은 자영업자인 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 일상의 애환을 유머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내과 박원장’을 계기로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시트콤이 다시 활발하게 제작될지도 관전포인트다. 편당 길이 30분 내외의 미드폼 시트콤인 ‘내과 박원장’을 다른 장르에 비해 OTT 이용자들이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이후 OTT 이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장시간의 몰입이 필요한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수요도 더불어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수면시간”이라는 말은 OTT 중심으로 미디어 이용이 이뤄지는 스트리밍 환경의 특징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칫하면 과몰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30분 내외의 미드폼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부담 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 재조명될 필요가 있는 형식이다. 사실 미드폼은 전혀 새로운 제작방식은 아니며, 전통적인 방송 장르에서 미드폼을 대표하는 장르는 시트콤이었다.


동영상 소비는 기본적으로 여가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이용자들은 몰입해서 봐야 하는 진지한 서사만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트콤과 같은 미드폼 형식의 콘텐츠도 필요로 한다. 길이가 짧아졌다고, 이야기 형식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30분 내외의 짧아진 길이만큼 콘텐츠에 담긴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통방식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티빙의 미드폼 콘텐츠 제작과 새로운 시도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21년 ‘술꾼도시여자들’은 2030대 여성뿐 아니라 전 세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삼은 ‘술꾼도시여자들’은 기존의 레거시 방송에서는 잘 다루지 못했던 술이라는 소재를 OTT를 통해 참신하게 다뤘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꺼내기 어려웠던 소재가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과 함께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미드폼 형식의 콘텐츠로 탄생한 결과는 각종 SNS에 쇼트폼 콘텐츠로 2차 가공돼, 소위 ‘밈(meme)’을 형성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내과 박원장’은 오래전부터 레거시 방송에서 접해왔던 형식과 유사한 시트콤이다.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한 기획과 실제 병원 광고 형식을 빌려 지하철역 옥외광고를 활용한 마케팅 방식 등 기획과 홍보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대중문화에서 성공의 기본 조건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잘 버무리는 것이다. OTT에서 제공하는 미드폼은 형식이든 내용이든 기존 방송과는 달라야 한다. 저비용·고효율로 스트리밍 환경에 적합한 미드폼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형식적 실험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 이 칼럼은 2월 22일에 같은 제목으로 <헤럴드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202220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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