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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Apr 11. 2022

스트리밍 생태계에서 영화의 미래

<이데일리> 기고

연일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일상으로의 복귀는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의 일상화는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미디어 환경을 스트리밍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시키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량과 가입자는 2년이 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변화에는 항상 반작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스트리밍 생태계가 공고화되어 가는 와중에 영화 관객 수는 급감했다. 미디어 분야에서 극장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현재의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과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2020년 관객 수는 5952만명으로 2억266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2019년 대비 73.7% 하락했다.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소폭 상승해 6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적은 수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2021).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2020년에 관객 수가 급감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극장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에 대한 거부감과 감염 위험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한편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코로나19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감염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다른 활동들이 재개된 반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과는 너무도 큰 격차를 보였다.


필자가 영화의 미래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미국 시각으로 3월 27일에 치러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후보를 확인하고 나서였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후보는 ‘벨파스트’, ‘코다’, ‘돈 룩 업’, ‘드라이브 마이 카’, ‘듄’, ‘킹 리차드’, ‘리코리쉬 피자’, ‘나이트메어 앨리’, ‘파워 오브 도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10편이다. 이 작품 중 세 작품에 대해 얘기해 보면서 영화의 미래에 대해 짧게나마 얘기해 보고자 한다.


넷플릭스는 올해 ‘돈 룩 업’과 ‘파워 오보 도그’ 두 편을 작품상 후보에 올렸으나 이번에도 작품상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아카데미 도전은 2023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드니 빌뇌브의 ‘듄’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영상 미학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며, 영화를 왜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빌뇌브의 대답처럼 느껴졌다. 빌뇌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듄’은 OTT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왜 넷플릭스는 계속 아카데미에 도전하는 것일까. 아마도 넷플릭스는 단순히 상업적인 플랫폼을 넘어 비평적으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존재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넷플릭스의 비평적 야심은 창작자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로 인해 극장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드니 빌뇌브와 같은 영화인들은 여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제 넷플릭스뿐 아니라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 생태계에 속해 있는 사업자들도 스트리밍 생태계에 진입해서 전통적인 영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디즈니와 HBO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 사업자들이 스트리밍 생태계로 진출한 것은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영화산업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오리무중이다. 여전히 변화는 진행 중이며, 스트리밍 생태계 속으로 영화를 편입시키기 위한 도전도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산업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것이다. 2022년에 관객들은 극장으로 돌아올 것인가? 과연 내년에는 넷플릭스가 아카데미 작품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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