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창희 May 02. 2022

어워드의 잣대는 어디로 향하는가

<아레나 옴므 플러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션 헤이더 감독이 연출한 ‘코다’였다. 윌 스미스의 폭행 논란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행사였으나 작품상을 비롯한 ‘코다’의 성과가 필자의 눈길을 끈 이유는 ‘코다’가 애플TV+에서 공개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애플TV+의 오리지널 ‘코다’가 작품상을 받았다는 것은 올해도 넷플릭스는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중 ‘돈 룩 업’과 ‘파워 오브 도그’ 두 편이 작품상 후보가 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두 작품을 연출한 감독과 출연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넷플릭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돈 룩 업’은 ‘빅쇼트’, ‘바이스’를 연출한 아담 맥케이가 연출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았다. 지면 관계상 화려한 출연진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못하겠고, 티모시 샬라메와 케이트 블란쳇이 전체 극 중 차지하는 출연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만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파워 오브 도그’는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이 10년이 넘는 공백을 깨고 연출을 맡은 복귀작이다. ‘파워 오브 도그’의 출연진은 ‘돈 룩 업’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당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것에는 실패했다. 넷플릭스는 제인 캠피온이 감독상을 받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으나 감독상 수상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다.     


4관왕을 달성한 ‘기생충’의 성과와 애플TV+의‘코다’가 작품상을 받은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지금까지 수상하지 못했던 유형의 아티스트나 사업자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하는 것이 더 이상 새로운 일로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몇 년째 가장 많은 후보작을 배출하면서도 작품상 등 주요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아카데미의 행보에 대해서는 좀 더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카데미와 넷플릭스로 글을 시작한 것은 2년 연속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실패한 BTS 때문이다. BTS 얘기를 꺼내기 전에 상업적인 성과가 비평적 성취보다 더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제작자들과 아티스트들이 왜 비평적 성취를 포기하지 못하는 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서는 아날로그 시절과 비교할 때 객관적인 성과를 평가하기 훨씬 수월하다. 이용량 등 객관적인 데이터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BTS의 경우 객관적인 지표를 놓고 보면 다른 아티스트들 보다 월등히 높은 성과를 거뒀다. BTS가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실패한 것을 두고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도 BTS의 성과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정성적인 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환기를 맞이한 환경에서도 제작자들과 아티스트들은 아날로그 시절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시상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콘텐츠 제국이라고 평가받는 디즈니도 비평적인 성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인 올바름에 대한 집착이 콘텐츠의 미학적 가치와 대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 사업자들은 오락성과 더불어 비평적으로도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한다.      


기존의 제도에 기반한 비평적 평가와 사회적 가치가 콘텐츠 영역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콘텐츠 산업 자체가 경제적 가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콘텐츠의 무형적 가치는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콘텐츠 영역에서 비평적 성취는 기업이나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영향력을 높이는 것에 큰 기여를 한다. 이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비평적 성취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미 어워드는 그래미가 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심사가 이뤄진다.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정성적인 평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수상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BTS의 그래미 수상 실패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그래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은 통계가 활용되는 야구도 기자단 투표로 MVP를 정한다. 이미 제도화된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합리적 관행으로 인해 일반 대중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계속된다면 시상식과 같은 제도 자체가 갖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래미, 아카데미와 같은 시상식은 아티스트들과 제작자들이 평가받는 자리기도 하지만 축제이기도 하다. 이 축제가 이용자들에게 환영받고 생명력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콘텐츠를 평가하는 기준은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이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가 이뤄질 때 축제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www.smlounge.co.kr/arena/article/50800

위의 글은 같은 제목으로 알레나 옴므 플러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트리밍 생태계에서 영화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