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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Sep 13. 2022

이상한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상상력

<전자신문> [콘텐츠칼럼]

'이상한'이라는 형용사가 띠는 뉘앙스는 미묘하다. 부정적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이상한'이라는 형용사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때문이다.


우영우 성공 요인을 다룬 분석 글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왜 이상한 콘텐츠 강국일까. 대한민국에 내재해 있는 이상한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콘텐츠를 포함한 미디어는 생각보다 산업화한 국가가 많지 않은 영역이다. 미디어가 존재하지 않는 국가는 없지만 미디어가 산업으로 구축된 국가는 의외로 드물다. 1990년대 이후 산업화하기 시작한 한국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생산하는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이와 전문가들이 우영우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유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바이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데다 지식재산(IP)을 확보했음에도 넷플릭스와 협업했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오징어게임'에서 IP를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을 극복한 사례로 회자될 만한 사례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한국 미디어 산업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충분히 성장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태생적 한계가 아시아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고도 할 수 있다. 제작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작비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콘텐츠 산업이 직면한 현실이다.


콘텐츠 분야는 본질적으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산업이다. 내수시장이 협소하다는 것은 내수시장이 큰 국가보다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K-콘텐츠 산업의 특수성은 '역동성'과 '유연성'에 있다. 한국은 시대 역동적 변화를 잘 포착해 내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이용자 피드백에도 민감하게 대응한다. 시대정신을 강조하는 넷플릭스가 한국이 콘텐츠 제작자와 협업하기를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오징어게임·우영우와 같은 성공작이 나올 수 있는 동력도 시대정신을 반영, 이전에 나온 콘텐츠와는 다른 변별력을 확보했다. 단순히 콘텐츠에 담긴 서사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과 마케팅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점이다.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이상한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합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서 제도는 법·제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래 관행과 같이 산업 내에 형성돼 있는 역학도 일종의 제도다. 우영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향후 IP 확보와 같이 콘텐츠 생명력을 연장하고 활용도를 다각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며, 시스템화하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 산업은 많은 고용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이를 고려한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정 분야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세액공제율도 높여야 한다. 콘텐츠 산업은 위험부담이 크고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사업자를 포함해 콘텐츠 산업에 많은 기여를 하는 사업자에 대한 적극적 인센티브를 부여할 정책 방안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은 10여년 전이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놀라운 성공사례를 축적했다. 축적된 사례에서 나타난 성과와 한계도 명확하다. 문제는 한계 극복에 만만치 않은 과제다. 몇몇 콘텐츠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이를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다.


출처: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전자신문>에 9월 13일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s://www.etnews.com/2022091200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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