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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Oct 04. 2022

영상 폭식 시대, 나를 위한 영상 리터러시

[노창희의 미디어와 컬처] <한국대학신문>

코로나 기간 동안 극장에 자주 가지 못했던 탓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올해 여름처럼 극장을 자주 갔던 적이 있나 싶었을 정도로 2022년 여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개봉작을 챙겨 봤던 기억이다. 여름 극장가에는 코로나 기간 동안 개봉이 미뤄진 볼만한 영화들이 짧은 간격을 두고 연이어 극장에 공개되었다.


화제를 모은 영화를 대충 추려 보자면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헤어질 결심’, ‘토르: 러브 앤 썬더’, ‘외계+인 1부’,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공조2’ 등이 올 여름과 그 언저리에 개봉된 화제작들이다(개봉일 기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8월까지 국내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7619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동월 대비 2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2019년 8월까지 관객 수는 1만 5602만 명이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2022) <2022년 8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화제작 혹은 텐트폴 영화가 줄줄이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도 안되는 관객 동원을 기록한 이유를 뽑아 보자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는 것이 이용관습으로 체화됐다는 것이다.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볼거리가 넘쳐 나는 상황에서 OTT 월 이용료 이상의 돈을 주고 극장에 갈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화 티켓 가격이 인상된 것을 관객 감소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말 성인 일반관 관람료의 경우 1만 5000원까지 올라 극장 가는 것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극장업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영화 티켓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영화를 반드시 극장에서 보는 관객 외에는 관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상품을 비싸게 파는 것이 손실을 만회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까지 관객 동원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48.8% 수준인 것에 견주어 볼 때 매출 수준은 58.6% 수준으로 매출에 있어서의 감소 폭이 관객 수보다는 적다(2022년 8월까지 극장 매출은 7756억 원으로 2019년 1만 3238억 원과 비교할 때 58.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2022) <2022년 8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물론 영화 티켓 가격 인상이 관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 얘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디지털 대전환기와 코로나가 맞물리면서 OTT와 같은 영상 매체는 폭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모두 이용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영상 매체 이용 환경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상 공급자들은 콘텐츠 수급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고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단위 당 콘텐츠 비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급자 입장이나 이용자 입장이나 영상과 관련된 투입 요소 및 이용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현재의 상황을 ‘영상 폭식 시대’라도 규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콘텐츠를 몰아보는 행위를 의미하는 빈지 뷰잉(Binge viewing)에서 Binge는 폭음과 폭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명사다. 조이미 베이커는 『넷플릭스의 시대』(임종수 옮김, 부천: 팬덤북스)의 「과잉의 용어들」에서 빈지라는 용어가 ‘과잉’ 혹은 ‘방임’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영상 소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용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에서 OTT에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비중이 제일 높은 세대는 20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20대의 69.5%가 돈을 지불하고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30대, 40대와 비교할 때 소득이 적은 연령대로 자신이 쓸 수 있는 비용 중 상당 부분을 OTT와 같은 동영상 매체 이용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 소비는 가장 효율적인 여가 활동 중 하나다. 거리두기가 해제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하루에 몇만 단위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에서 OTT를 보는 것만큼 마음 편하고 비용이 들지 않는 문화 활동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 특히, 활동량이 많은 20대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 중 하나는 시간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영상 소비를 현명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플랫폼에 따른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플랫폼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OTT의 장점 중 하나는 이용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찮게 느껴질지 몰라도 여러 OTT 플랫폼을 틈날 때마다 이용하면서 나에게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만족도 높은 영상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OTT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이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광고를 시청해야 불편은 발생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이전보다 다양한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다. 광고 기반 상품은 광고 미포함 요금제에 비교할 때 콘텐츠의 다양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니즈에 따른 합리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OTT 소비를 주로 다뤘지만 현재와 같이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가 경합하는 시기에 내 시간과 돈을 들여 영상을 소비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가의 영역에 해당하는 영상 소비까지 노력을 들여 선택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선택의 과정 자체도 여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영상 소비 후 영상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형식도 유튜브 채널, 팟캐스트 등 다양화되고 있다. 영상을 소비하는 행위뿐 아니라 영상을 선택하는 과정과 비평에 참여하는 과정까지가 영상을 소비하는 일련의 형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유용한 콘텐츠를 식별해 내고 비평할 수 있게 해주는 ‘영상 리터러시’다. 향후 이용자의 선택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영상 폭식 시대, 나를 위한 영상 리터러시를 갖추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출처 :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9월 30일에 <한국대학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3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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