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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Nov 21. 2022

영상산업 역학 변화와 기로에 선 영화산업 그리고 이용자

<한국대학신문> [노창희의 미디어와 컬처]

미디어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극장에 걸려 있는 넷플릭스 옥외광고를 보면 마음이 심란해질 때가 있다. 언젠가 극장이 OTT 플랫폼의 옥외광고용 산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영화 전공자는 아니지만 코로나 이후 극장 관객 수 등락을 살피는 일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영화산업이 전체 미디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변화에는 여러 가지 양상이 존재한다. 변화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가역적인지 혹은 비가역적인지 여부다. 코로나를 전후로 해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많은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산업만큼은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어려워 보인다. 스콧 갤러웨이가『거대한 가속』에서 얘기한 것처럼 코로나가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변화의 방향이다. 코로나는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시켰고, 영상산업은 이 흐름을 타고 산업의 역학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2년 10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9225만 명으로는 이는 2019년 10월 기준인 1억 8561만 명과 비교할 때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2022) <2022년 10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코로나 기간 동안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싫어졌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뮤지컬은 4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반면, 2022년 10월까지 580만 명의 관객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출처: 공연예술 통합전산망). 뮤지컬 시장은 두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전체 관객 수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이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많은 사람이 오히려 야외활동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억압되었던 뮤지컬 팬들이 보복심리로 올해 더욱 공연장을 자주 찾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 시장과 뮤지컬 시장의 이와 같은 극명한 차이가 시사하는 것은 이용자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필요성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덜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극장 요금 인상도 원인으로 작용했겠지만 OTT를 통해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체화된 이용자들의 이용관습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성에 있다. 물론 영화도 극장에서 보는 것과 TV나 OTT로 시청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하지만 뮤지컬과 같이 현장에서 출연진이 등장하는 이벤트만큼 경험의 간극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 제작 및 유통에 관련된 공급자 입장에서는 극장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지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 보인다. 당대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하나인 드니 빌뇌브가 ‘듄’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도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시네마적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BO는 ‘듄’을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공개하는 선택을 했다. HBO의 결정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판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더라도 내가 아닌 타인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를 느끼는 각별한 제의(祭儀)가 될 수 있다. 인생의 특정 시기에 극장에서 본 영화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경험은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는 문화 활동이었을 뿐 아니라 친교와 우애를 강화하는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화 관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친교를 나누는 장소가 극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한 피로감 때문인지 몰라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영화도 무겁고 진지한 영화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다섯 편은 △범죄도시2(1312만 명) △탑건: 매버릭(878만 명) △한산: 용의 출현(736만 명) △공조2: 인터내셔날(707만 명)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626만 명) 등이다. ‘범죄도시2’와 ‘공조2: 인터내셔날’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은 의미심장하다. 두 영화는 이미 전편을 통해 많은 관객이 어느 정도 서사를 예측 가능하다는 점과 코미디 장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에 지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몰입이 필요한 영화가 아니라 편안함을 느끼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관객들의 선호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의 경향성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디즈니와 같이 영화, OTT 모두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각각의 포트폴리오가 갖는 강점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즈니의 경우 영화와 관련된 드라마 시리즈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영화와 OTT 모두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최선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IP를 최대한 다각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봐야 할 콘텐츠가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대학생이 된 이용자들이 극장을 통한 영화관람을 어떻게 느낄지는 영화산업의 입장에서도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영화산업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고객을 유치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보다 주체적인 입장에서 여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용, 시간 등 여가의 중요한 형태인 동영상 소비에 할당되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이용자들에게 앞으로의 몇 년은 그 이후에 극장을 어떻게 이용할 지를 결정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에 많은 기대를 받았던 작품들이 연이어 공개된 영향으로 한동안 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만나기 어려울 거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는 12월에는 13년 만에 돌아오는 ‘아바타: 물의 길’이 극장에서 개봉된다. 이정표를 남겼던 영화인 만큼 극장 산업의 회복을 견인할 계기를 만들어 줄 작품이 될 수도 있다. 거리두기가 해제 되었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종식되지 않았고, 국내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일어난 변화의 흐름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중대한 기로에 선 영화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출처 : 이글은 <한국대학신문>에 11월 20일에 기고된 칼럼입니다.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3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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