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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03. 2022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의 의미와 과제

<아주경제> [노창희 칼럼]

넷플릭스가 지난 달  광고요금제를 도입했다. 광고요금제는 국내에서만 도입되는 건 아니다. 11월 1일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광고요금제를 시작했고, 국내를 포함해서 호주,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과 미국에서 11월 3일 광고요금제를 도입했다. 11월 10일에는 스페인에서 광고요금제를 출시했다. 넷플릭스의 2022년 3/4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이들 12개 국가는 TV와 스트리밍 전반에서 전체 1,400억 달러 이상의 광고비가 집행되는 국가이며, 점유율은 75% 이상을 차지한다(Netflix (2022). FINAL-Q3-22-Shareholder-Letter).


이제 넷플릭스 요금제에는 동시접속이 1명까지 가능하고 일부 콘텐츠 이용이 제한되며 HD로 시청해야 하는 5,500원의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가 추가되었다. 광고형 베이식 요금이 어느 정도까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동시접속이 4명까지 가능하고 콘텐츠 이용에 제약이 없으며, UHD 화질로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는 17,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계정 쪼개기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만큼 얘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보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계정을 공유해서 이용하는 편이 만족도가 더 높을 수 있다. 물론, 현재의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의 성과에 따라 요금 수준은 변경될 수 있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인지는 몰라도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우려를 하게 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도입은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이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로부터 월정액 이용료를 받는 것이 거의 유일한 BM이었기 때문에 수익 다각화의 필요성이 절실했고, 이로 인해 광고요금제 도입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이 광고요금제 도입에 거부감을 보여 왔기 때문에 광고요금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월정액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해 왔다.


SVOD를 대표하는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광고요금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시사하는 첫 번째 함의는 OTT 가입자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디어 산업 관점에서 본다면 기존에 유료 비즈니스를 하던 사업자가 이용료를 받지 않는 사업자들의 주된 수익원인 광고 기반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것은 가입자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 국한해서 얘기해 보면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도입은 OTT 시장 경쟁에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와우 멤버십을 4,99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쿠팡플레이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SVOD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요금 수준은 대략 8,000원에서 14,000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넷플릭스 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이용요금을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SVOD 요금 수준을 고려하면 월 5,500원을 주고 이용할 수 있는 넷플릭스 광고형 베이식 요금은 이용자들에게 가격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상품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넷플릭스의 광고형 베이식 요금제 도입이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국내에서 SVOD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다른 사업자들도 광고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을 전후로 해서 국내 SVOD 사업자들은 프로모션을 통해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의 파급효과는 OTT 시장에서만 국한해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인터넷 매체는 방송 매체와 비교할 때 광고효과가 더 크다. 방송의 경우 습관적으로 매체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인터넷 매체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아직까지 레거시 방송 매체는 온라인 매체와 같이 맞춤형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 도달되는 커버리지가 유사하다면 방송 매체 보다 인터넷 매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때부터 최적화(optimization)를 강조해 왔다. 넷플릭스의 맞춤형 추천 효과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판단 주체마다 다를 수 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방송 매체보다는 최적화된 광고가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플랫폼이고 동시접속 계정 수를 고려하면 광고 커버리지는 가입자의 두 배 이상이라고 볼 수도 있어 국내 광고주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광고 매체다.


더욱이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은 OTT 사업자들과 비교할 때 훨씬 많은 광고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다양한 형식 규제를 적용받고 있을 뿐 아니라 방송을 통해 광고할 수 있는 품목도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의 콘텐츠를 국내에서 주요한 경쟁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광고를 한다는 것은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시청률을 두고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광고를 두고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방송광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큰 틀에서의 규제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한 광고 규제 개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큰 틀에서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적용하면서 이용자의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한 광고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넷플릭스라는 사업자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고 국내 미디어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 결정도 있었다.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도입은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을 막을 도리는 없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이 가져올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광고 규제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아직 섣불리 전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다각도의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이 글은 같은 제목으로 <아주경제>에 12월 2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21202135205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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