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 – 2025년 12월 21일 주간
주간 80km의 마일리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주다. 그래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의 마일리지는 76km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인데, 앞으로 80km를 마일리지 목표로 두되, 무리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마일리지 목표 설정도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일단은 즐겁게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주는 업무적으로나 연말 모임으로 보나 피크였던 주였고, 건강 검진까지 있었기 때문에 매일 뛴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주였다고 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일요일 LSD 속도를 높였는데 즐거웠고, 6분대 중반 페이스로 존2에 가까운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성과였다.
요즘 매주 쓰는 사실이지만 연말이다. 연말을 기념할 만한 콘텐츠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시기이기도 한데, 노아 바움백의 <제이 켈리>는 한 해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기에 맞춤한 영화였다. 영화는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거나 아무도 아닌 것이 훨씬 더 쉽다.”는 실비아 플러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문학 전공자로서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실비아 플러스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다만 그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얼마나 분투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불우했는지, 그리고 삶의 결말이 얼마나 끔찍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다.
스포일러가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하에는 <제이 켈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제이 켈리>는 제이 켈리라는 유명한 스타가 노년에 접어들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얘기다. 이런 서사에 익숙한 많은 관객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화려해 보이는 제이 켈리(조지 클루니)의 삶은 황량하다. 몇십 년 만에 만난 친구는 같이 갔던 오디션에서 네가 내 배역을 빼앗아 가면서 삶이 망가졌다고 항변한다. 두 딸은 갑자기 다가오는 아버지에게 지난 삶을 돌아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삶에서 더 이상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고 몰아세운다. 수년간 자신과 함께해온 동료들은 제이 켈리의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행동에 지쳐 그를 떠나고 싶어 한다. 30년이 넘는 그의 영화 인생에 대한 헌사의 성격을 지닌 공로상 수상을 앞두고 그는 다시 시작할 수 없냐고 되물을 뿐이다.
일회적이고 유한한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영화계를 비롯해서 예술계와 관련된 얘기를 솜씨 있게 연출해온 노아 바움백이 인생에 대한 메타포로 ‘연기’를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인생 후반부의 회한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관객에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조지 클루니 만한 선택지가 또 있을까?
연말은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유독 후회가 밀려드는 때이기도 하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많아진다. 다시 돌아가면 좋아질 수 있을까? 평생을 들여 애증을 축적해 온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한계였으면서 남의 탓을 하며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옹졸함은 극복할 수 있을까?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남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는 무지한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실비아 플러스가 얘기한 것처럼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이 켈리>는 연말이라는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한 해를 돌아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영화는 너무 진지해 질만 하면 웃음을 주고 너무 웃었다 싶으면 숙연해지게 만드는 메시지를 던진다. 제이 켈리는 결정적인 몇 장면에서 처절하게 달린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지나간 삶에 대해 통렬하게 후회하면서. 영화를 포함한 서사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유한하고 일회적인 인생의 한계를 성찰적으로 관조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제이 켈리>는 그 미덕에 충실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