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조건 속에서 달리기

2025년 12월 8일 – 2025년 12월 14일 주간

by 노창희

한 해의 막바지다. 연말에 마감이 많고, 약속이 많은 나로서는 가장 바쁜 시기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 맞이한 겨울이기도 하다. 지난주는 이른 아침 일정이 이틀이나 있었고, 겨울을 맞이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비가 내렸던 날도 있었다. 처음으로 트레드밀에서 뛰었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트레드밀에서 열심히 뛰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래전이고, 그때는 밖에서 뛴다는 사실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트레드밀 기준으로 13km/h로 12km 정도를 달렸는데 가민 기준으로는 10km였다. 겨울이 가기 전에 부득이하게 트레드밀에서 뛰어야 할 날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적응이 필요하다. 야외에서 뛰는 것에 비해 맥박이 많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힘든 지점이다. 덕분에 강도 높게 운동한다 생각하고 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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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5분대 페이스로 20km를 3주째 뛰었다. 이번 주는 시작과 중간 그리고 마무리가 모두 힘들었다. 나름대로 휴식을 잘 취하고 시작했는데도 힘들었다. 최근에 5분대 페이스 10km 달리기가 편안했기에 긴장을 덜 하고 시작한 탓이었던 것 같다. 뛰는 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뛸 때 겨울에 맞이하는 비는 여름에 만나는 비와는 완전히 달랐다. 여름에 내리는 비는 간혹 반갑기까지 하다. 데워진 몸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에 맞이한 비는 가뜩이나 추위로 차가워진 몸에 더 부담을 줬다. 그래도 20km를 마감하는데 무리는 없었는데 뛰고 나서가 또 문제였다. 땀과 비가 뒤섞여 몸에 한기가 엄습한 것이다. 편의점에서 수건을 사서 스타벅스에 가서 루틴대로 평소에 먹던 샌드위치를 먹고 달리기를 마감했다.


아직 겨울이 한참 남았는데 이번 주에도 매일 뛰면서 느낀 것은 겨울 달리기는 제약 조건이 참 많다는 것이다. 나처럼 새벽에 뛰는 사람에게는 이른 아침의 칠흑 같은 어둠이 첫 번째 걸림돌이다. 다른 계절의 어둠과 겨울의 어둠은 질적으로 다른 느낌이다. 집을 나설 때 느껴지는 한기는 그나마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겨울 아침의 어둠이 주는 위압감은 상당하다. 이보다 더 큰 장벽은 집을 나서기 전에 두려움이다. 어둠과 추위를 오늘도 극복하고 뛰어야 하나라는 마음은 매일 아침 느끼게 되는 일상적 감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서고 나서 후회한 적은 없다.


“달리기가 삶의 답을 구하는 과정이 되고 계속 달리는 동력이 ‘그저 달리기가 좋아서’이기를 바란다(234쪽).”


오늘 정도는 별다른 인용 없이 감상만으로 마쳐도 될 텐데 달리기를 시작할 무렵 읽기 시작했던 정세희 교수의 <길 위의 뇌>에서 옮겨 적은 문장 중 하나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매일 아침 뛰러 길을 나서게 되는 이유는 루틴에 대한 강박과 더불어 달리다 보면 지금 느끼는 복잡한 심경이 단순해지면서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오는 확신이다. 그리고 달리는 과정에서 뛰는 것이 좋다고 느끼게 된다. 아직 겨울이 한참 남아 있다. 제약 속에서도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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