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일 – 2025년 12월 7일 주간
5분대 10km 달리기가 편안해 졌지만 날씨가 새벽에 뛰기 매우 터프했던 한 주였다. 여름에 비를 맞으면서도 달려봤고, 체감 온도 영하 10도 미만에서도 뛰어봤고, 눈 쌓인 길에서도 뛰어봤으니 나름대로 악조건을 두루두루 경험해 본 것 같다. 기온 측면에서 보면 체감 온도 영하 10도가 밖에서 뛸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 같다. 기온이 더 낮거나 눈이 올 때는 트레드밀에서 뛸 작정이다. 어쨌든 이번 주도 매일 아침 뛰었고, 토요일 5분대로 20km를 달리는 것과 일요일 10km LSD도 나름대로 적응이 되는 느낌이다.
달리기와 관련된 책 중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맷 피츠제럴드의 <80대20 러닝 훈련법>을 읽고 있다. 이 책을 포함해서 러닝 관련 책은 뛰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내가 뛰고 있는 상태를 이해하는 데는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
“더 빨리 달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빠르게 달리는 러너가 되는 비결은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12쪽).”
<80대20 러닝 훈련법>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제목에 명확히 드러나 있듯이 느리게 뛰는 비중을 높여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괜히 고전이 되었겠는가. 이 책에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근거가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얼치기 아마추어에게는 검증된 이론보다는 자신이 체험한 경험치가 더 중요하기 마련이다. 한동안 버겁게 5분대로 10km를 달렸다. 5분대 초반 페이스로도 10km를 뛰어 봤지만 날씨가 추워진 상황에서 기록 욕심을 내지 말라는 조언에 따라 5분대 후반으로 10km를 뛰고 있고 이제 나름대로 즐겁게 매일 아침 10km를 뛰고 있다. <80대20 러닝 훈련법>을 읽으면서 내가 매일 뛰고 있는 페이스가 과연 나에게 맞는 충분히 느린 달리기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검증할 방법은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작정이다.
나는 루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평일 아침 10km 달리기는 어지간하면 지켜야 하는 제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겨우 몇 달을 달렸을 뿐이지만 달리기와 가장 어울리는 덕목은 ‘꾸준함’이 아닌가 한다.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기는 마일리지에 따라 성과가 나오는 스포츠다. 내가 매일 달리면서 달리기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이 대목이다. 그나마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이고, 달리기는 그 꾸준함을 배신하지 않는다.
“사랑에 있어서 공백은 여러 형태일 수 있다. 이별로 인한 사랑하는 이의 부재일 수도, 타인이 채워 주지 못하는 한계 너머의 결핍일 수도 있다. 공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불완전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백이 아닌, ‘그러니까’ ‘계속’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에 있다(31쪽).”
소유정의 비평집 <어떤 사랑의 무대>를 읽고 있다. 한국 문학 읽기는 20대 이후 공백은 있었지만 20년 넘게 내가 가장 꾸준히 해온 행위이다. 가장 반가운 책은 국내 문학평론가가 쓴 평론집이다. 길게는 몇 달 동안도 출간되지 않는 시기가 있어서 국내 문학평론 관련 책이 출시되면 고민하지 않고 주문해서 읽는다.
내가 직업적으로 쓰는 글쓰기와도 연관되어있는 문제일 텐데 ‘사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을 쓸 일이 거의 없다. 함부로 쓰면 안 되는 단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첫 비평집을 내는 평론가가 “비평은 문학을 향한 진실한 마음을 담은 사랑의 무대(9쪽)”라고 고백하면서 꺼내는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마음이 움직였다. 겨울에도 꾸준히 달리고 싶고 어떤 이유로든 공백이 생겨도 오래 달리고 싶다. 위에 인용한 소유정의 글을 읽으면서 ‘계속’과 ‘꾸준함’과 같은 덕목만큼 달리기와 어울리는 것을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