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열풍과 겨울 그리고 연말

2025년 11월 24일 – 2025년 11월 30일 주간

by 노창희

겨울이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겨울치고는 포근하다고 느껴지는 날씨 속에서 달렸던 한 주였다. 영하 5도 안팎까지는 밖에서 달려볼 생각이다. 트레드밀에서 뛸 생각을 자주 하는데 영하 10도 미만일 경우에는 트레드밀에서 뛰어 보려고 한다. 겨울이라는 외적인 조건도 그렇고 오래 즐겁게 달리기 위해서 페이스나 기록에 집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제야 5분대 페이스로 10km를 달리는데 적응한 느낌이다. 이번 주 달리기의 가장 큰 성과라면 5분대 페이스로 20km 달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에 5분대 페이스로 20km를 달릴 생각이다. LSD는 일요일에 10km만 뛰려고 한다. 오늘은 LSD도 달릴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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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자연스럽게 러닝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우선 나 자신이 관심이 많기 때문에 가까운 이들에게 달리기 얘기를 많이 한다. 달리기라는 화제는 자연스럽게 건강이라는 화두로 옮겨 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가 많은 편인 내가 이런 대화를 하게 되는 자리는 대다수가 술자리다. 나는 40대 중반이고 친구들이 아니라면 선배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은 편이라 건강 얘기를 하게 되는 빈도가 갈수록 늘어난다.


왜 뛰느냐는 질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 질문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러닝 열풍에 편승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 아닐까? 그 추측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달리기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맨 처음에 언제 읽었는지에 관한 기억은 명확하지 않다. 10년은 더 된 거 같고 하루키가 쓴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하루키의 책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고, 몇몇 장편을 제외하고는 다 읽었다. 하루키가 내 글 따위를 읽을 리 만무하니 편하게 얘기하면 나는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하루키의 글보다 하루키라는 인간 자체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루키의 가장 큰 기여 중 하나는 전형적인 예술가상을 붕괴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천재이며, 영감으로 글을 쓴다는 환상은 아마 지금도 널리 퍼져 있는 신화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키라는 인간은 이러한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 밤에는 휴식을 취하고 되도록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하루키의 이와 같은 애티튜드는 사실 모든 글쓴이가 지향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모든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


하루키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내가 언젠가 달려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하루키의 책 때문이었다. 그 시절에는 달리기를 통해 몸을 단련해 보자 따위의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로망에 가까웠다. 나는 오랫동안 열심히 걸어왔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뛰기 시작한 것은 충동에 가까웠다. 몇 달 동안 지속적으로 뛰고 있는 건 그만큼 충분한 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보상에 대해서는 몇 차례 얘기한 바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다루기 될 얘기라 굳이 여기서 반복하지는 않겠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228쪽).”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 감히, 나와 하루키를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고 내가 달리는 것이 시류와 관련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지속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시류에 편승해서만 할 수는 일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연말이고 겨울이다. 여러 가지로 달리기에 악조건이고, 이제 긴 겨울의 초입을 간신히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부터 겨울을 싫어했고, 아마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에는 겨울을 더 두려워할 거 같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뛸만 했고, 남은 겨울도 열심히 뛰어볼 생각이다.

나와 같은 연구자에게 연말은 마감의 계절이다. 또한, 나와 같은 애주가에게 연말은 끊임없이 술자리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기돌봄이 중요한 시기다. 자기돌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12월도 열심히 뛰어 볼 생각이다. 글을 쓰는 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이 11월의 마지막 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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