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7일 – 2025년 11월 23일 주간
대체로 성공적으로 달린 한주였다. 우선 기온에 적응했다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영하의 기온에서도 달렸기 때문에 더 추워져도 어떻게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트레드밀에서 뛸 준비도 필요하다. 10km 최고 페이스도 기록했고(5:05), 18km를 5분대로 뛰는 데에도 성공했다. 다만, 이번 주도 20km를 달리는 것에는 실패했다. 20km를 5분대로 소화하는 건 아직 무리인 것 같다. 심리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토요일에 5분대로 달릴 때 거리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일요일 LSD는 10km 이상을 편하게 달린다고 생각하고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주는 일요일에 남산 둘레길에서 시작해서 주간 마일리지 80km를 채운다는 생각으로 시내로 빠져나와 LSD로 12km를 뛰었다.
정희원의 <저속노화 마인드셋>을 재밌게 읽고 있고, 정희원의 유튜브도 틈틈이 보고 있다. 정희원의 글과 메시지는 단순히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삶 자체에 대한 태도와 지향성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 관련 정보만 전달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 점 때문에 정희원이 삶 자체에 대한 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코멘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희원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희원이 꼽는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절대적인 가처분 시간의 결핍(183쪽)”이다. 가처분 시간은 소득에서 꼭 써야 할 비용을 제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하는 가처분 소득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무척 공감되는 지적인데,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과 직장 내에서의 비효율적인 시스템, 사회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사 노동 등 때문에 가처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의 의지도 중요한 변수로 기능한다. 일상에서의 육체적, 심리적 피로는 정희원이 강조하고 있는 ‘자기돌봄’을 위한 행위보다는 패스트푸드와 초가공식품과 같이 즉각적인 보상은 크지만 저속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선택하게 만든다.
정확한 시점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10년 이상 나만의 가처분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에 운동과 독서를 하고 있고, 그 시간이 일상에서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올해 여름부터 달리기 시작했는데, 그전에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커피숍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보고 출근했고, 최근 몇 년간은 집에서 사무실 건물 1층에 있는 스타벅스까지 5km 정도를 걸어서 간 후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올해 여름부터는 아침에 러닝을 하고 스타벅스에 가서 책을 보고 출근한다. 이와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것의 가장 큰 효용은 전날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가처분 시간을 확보하기 유리한 환경에 있는 편이다. 자녀가 없어서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없고, 자영업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걸으려고 노력한다. 달리기 열풍 이후 걷기가 운동 효과가 없다는 식의 코멘트가 많이 나오는데 달리기만큼은 아니지만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효능은 과학적으로 다양하게 증명되어 있다. 걸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가처분 시간을 활용해 걷거나 뛰는 행위는 잠시나마 피로한 일상으로부터 자발적으로 격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기욤 르 블랑이 <달리기: 형이하하적 성찰>에서 얘기한 것처럼 달리기가 “삶의 괄호 치기(10쪽)”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삶의 괄호 치기를 바꿔서 얘기해 보자면 삶을 관조적으로 보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이라는 지루한 쳇바퀴로부터 가끔은 자발적인 격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처분 시간이 필요하며, 그 가처분 시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달리든 걷든 명상에 잠기던 삶을 괄호 치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