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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당선, 합격, 계급』. 서울: 민음사.

by 노창희

『당선, 합격, 계급』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장강명이라는 작가가 가진 상징성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장강명은 공대 출신 기자였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등단했고, 이후 4개의 장편 공모상을 수상하며,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그가 대학교 때 SF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으며, 지금도 SF 장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등단 이후에도 SF 소설을 쓴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강명을 대표하는 작품들은 등단작인『표백』을 비롯해서『한국이 싫어서』와 같이 작품들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장강명이 쓴 사회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교보문고 팟캐스트에 나와서 작가 본인이 이미 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장강명은 한국 문단에서 생소한 존재이면서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여기다 기자 출신. 현재 문단의 구조적 문단을 진단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 중 하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선, 합격, 계급』은 문단 내부의 부조리를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동형화한다. 즉, 문단 내부의 문제가 문단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 물론, 그럼으로써 문단 내부의 문제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이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이러한 견지에서 문단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보다 객관적일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이 방식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한국사회는 문단의 대조군이라기보다는 모집단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문단이 그 샘플이 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것은 문단의 고유한 문제를 고민하기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심은 한국사회 전체와 문단은 공히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진입장벽을 뚫고 입성에 성공한 사람들은 수성에 집중한다는 것.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부조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는 것이다.


문단 내부의 부조리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동형화하여 접근함으로써 갖는 한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선, 합격, 계급』은 단순히 문단 내부의 문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를 조망하는 힘을 갖는 책이 되었다. 취재 대상도 문학 관계자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계급과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사회 전반의 계급과 취업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강명이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정보 확대는 분명 필요하고 지금의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장강명이 던지는 『당선, 합격, 계급』이라는 사회적 문제는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고,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큼 계급과 기회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나는 소설가 장강명과 르포를 쓰는 장강명과 에세이를 쓰는 장강명을 모두 좋아한다. 르포 쓰는 어려움을 『당선, 합격, 계급』본문에 나와 있는 내용 말고도 장강명이 토로한 것을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주제의 장강명의 르포를 또 접하기를 바른다. 장강명이 제기하는 사회문제는 우리가 생각해 보야 할 바로 그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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