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차별의 시작일까? 아니면 평등의 시작일까? 『제2의 성』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은 시몬 드 보부아르를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만든 선언이다. 성과 젠더의 구분은 자연이 아닌 사회가 만든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생물학적 필연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물이다. 이 강력한 문장은 이후 페미니즘의 흐름을 결정짓는다.
페미니즘은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같은 일에는 같은 보상을” 등의 구호로 여성의 권리를 확장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옳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기서 빠진 것이 있다. 여성이 만들어졌다는 말은, 그녀들이 만들어진 세계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세계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는 없다.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때로 포괄적이기보다는 배제적이다. 일부 흐름은 남성을 적대하거나 ‘제로섬 게임’의 경쟁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떤 남성에게는 위협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극단적인 성 대립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여성들이 이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이제는 포괄적 페미니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2의 성』이 우리에게 진짜로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제2의 성』은 남성과 여성의 육체적 차이를 인정한다. 여성은 출산을 담당하는 신체 구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월경 주기나 출산은 때때로 그녀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 육체적 특징은 여성을 지배자가 아닌 피지배자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둘째, 이러한 신체적 차이로 인한 불리함에 대해 사회는 책임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단순한 ‘죄값’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여성의 희생 덕분에 얻은 이익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다. 여성의 출산과 돌봄은 인류의 존속을 가능하게 했고, 그 위에서 문명은 발전해 왔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어떠한가?
출산을 배격하고, 처벌하며, 그 여성들을 버린다. 출산 후 돌아온 여성을 기다리는 것은 끊긴 경력, 단절된 승진 사다리뿐이다. 찬사는커녕, ‘쉴 틈 없이 일해야만 회복된다’는 메시지만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도 또 다른 족쇄가 되기도 한다.
여성은 여성성을 발휘할 자유도 가져야 한다. 그 자유는 여성성이 존중받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페미니즘은 여성성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며, 남성과의 동질화만을 자유라고 여긴다. 이 방식은 여성들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길을 막는다.
인간은 본능과 맞설 때 진정으로 자유롭다.
편 가르고, 상대를 이기려는 욕망은 우리의 본능이다. 하지만 그 본능과 맞서는 것,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고도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문명의 방향이 아닐까?
<제 2의 성에 대한 긴 버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