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미국 주도하의 자유 무역으로 유례없는 성장을 경험했다. 값싸고 좋은 물건이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처럼 전 세계의 공급망을 날아다니면서 풍요라는 선물을 던져줬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는 산타의 썰매를 강제로 멈춰 세우고 있다. 우리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갑자기 세계는 자유무역을 악의 근원으로 보고 있는가?
The economist에 따르면, 제조업에 대한 맹신이 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세계화를 통해 얻어진 열매를 공평하게 나누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또한, 그들이 약속했던 희생과 번영의 사회계약도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그새로운 정치인들은 '제조업 부흥'이라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내세운다. 그럼 제조업에 대한 맹신은 어떤 것일까?
첫째, “제조업의 부흥은 양질의 일자리를 약속한다.” 자유무역은 비교 우위를 통한 상호이익으로 정의된다. 이 믿음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국의 노동자들은 높은 생산성으로 무장되었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 또한 크다. 따라서, 높은 노동비를 감당하지 못한 회사들은 공장을 해외로 이전했고 그 결과, 고졸 이하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무너졌다. The economist는 일자리의 양과 질로 이 믿음에 반박한다. 먼저 대부분의 공장이 자동화되어, 2013년 대비 제조업 일자리는 6%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5% 증가했다. 이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짐을 보여준다. 한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만큼의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와도 단지 1%의 일자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일자리의 양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제조업의 임금 수준은 매우 낮다. 제조업의 생산성이 서비스업에 비해 낮기 때문에, 임금이 과거 수준으로 상승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둘째, “제조업이 경제성장의 핵심이다.” 이는 명백한 오류다. 제조업이 사라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총리 무디 또한 제조업을 맹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도는 무디의 계획 보다 10% 정도 낮은 수준의 GDP 대비 제조업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 성장은 비교 우위를 활용한 수출에서 비롯되지, 단순히 공장을 늘리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셋째, “우크라이나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전쟁과 같은 위급상황에서 제조업은 필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완패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자국 내 드론과 무기 생산성 향상으로 러시아와 대등한 전쟁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적은 나라에서 국가와 국민의 번영을 담보로 제조업을 부흥시킨다는 것은 너무 큰 기회비용이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는 제조업 중심 국가는 아니었지만, 전쟁이라는 상황과 국민의 열망이 빠른 시간에 전쟁무기 제조업을 성공적으로 만든 케이스다.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위기 속에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혁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히려, 보호무역주의로 동맹국과의 무의미한 분쟁을 초래하지 말고 자유무역주의를 통해 서로 간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세계화는 초기에 약속한 것 과는 다르게 모든 계층에게 번영이라는 선물을 배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기회주의자들은 이용하면서 권력의 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은 무역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의 실패다. 정치의 실패를 경제의 실패로 오인하고 기회주의자에게 권력을 주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5/06/12/the-world-must-escape-the-manufacturing-delu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