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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전쟁: ‘도덕, 정치를 말하다’ 비평과 확장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1. 서론

민주주의는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과 소수자에 대한 점진적인 권리개선을 이루어 냈다. 사회발전과 개인의 권리·자유는 때때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주의는 이 둘의 조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인간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성적으로 갈등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통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산권 보장, 교육권 확대, 능력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 시스템은 인류를 번영과 행복의 방향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정치가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 시민들은, 기존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극우 또는 극좌 정치인을 선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독일에서는 극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라는 정당이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주의는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하기에, 극우나 극좌 정치인의 당선 자체가 곧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극우와 극좌는 이제까지 민주주의가 추구했던 중용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파괴하고, 헌법까지 바꾸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극우 극좌파 정치인의 득세에 대해 많은 분석이 있다. 조지 레이코프의 “도덕, 정치를 말하다”도 그중의 하나다. 조지 레이코프가 극우와 극좌 정치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왜 사람들이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지를 설명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치 시스템이다. 만약,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간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치인들은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더욱 극단적인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가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면, 우리가 누려온 번영 또한 설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어느 때보다 지금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2. 보수와 진보의 다른 도덕 체계

“도덕, 정치를 말하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보수와 좌파는 다른 도덕체계를 가지고 있고, 그 도덕체계를 근거로 자신의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 따르면, 우파는 엄한 아버지, 좌파는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도덕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름만 보면 자애로운 어머니 쪽이 더 도덕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두 모델은 다른 도덕적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엄한 아버지는 권한, 자율, 자기 책임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세상은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아이는 강하고 자립적으로 키워져야 한다. 아이를 자립적 이리 못하게 하거나 약하게 만드는 것은 다 비도덕적이다. 아이들이 강하게 크기 위해서는 아버지는 강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질 때에는 벌을 통해서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반면에, 자애로운 어머니는 공감, 돌봄, 상호책임이라는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

“세상은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고, 아이는 공감과 지원을 받으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다. 권위를 가진 부모보다는 아이들을 공감하고 돌볼 수 있는 부모가 더욱 좋은 부모다. 사회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이 사는 세상이기에 그들을 공감해야 하고 필요시에는 도움을 줘야 한다.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벌보다는 공감과 칭찬을 통해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좌파와 우파는 위에 나온 내러티브를 통해서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

1) 복지: 보수는 복지를 반대한다. 보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이다. 잘못된 행동을 보상하면, 아이는 자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한 자립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반면에, 진보는 복지를 찬성한다. 복지는 아이들의 발전에 필요한 공감과 지원이다. 그들이 왜 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주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복지를 찬성한다.


2) 낙태: 보수는 낙태를 반대하고, 진보는 낙태를 찬성한다. 엄한 아버지 모델에 따르면, 낙태는 자기 책임이 결여된 행동에 대한 결과다. 낙태를 찬성하면. 잘못된 행동을 보상한다. 그리고 이는 아이들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게 하고 자립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한다. 반면에, 진보는 낙태를 찬성한다. 낙태를 하려는 여성이 왜 그런 상황에 빠졌는지에 대해 공감해야 하고 지원해야 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10대 소녀는 도움을 필요로 하고 동정받을 자격이 있다. 10대 소녀는 아직 아이를 키울 만큼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책임을 지지 않고 도움을 받아도 어떤 문제가 되지 않는다.


3) 세금: 보수는 높은 세율을 반대하고, 진보는 높은 세율에 찬성한다. 세금은 성공한 사람에게 가하는 형벌이다. 노력한 사람만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 노력은 자립과 자기 책임의 결과다. 만약에, 노력한 사람에게 아무 이유 없이 형벌을 가한다면, 노력을 하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금은 비도덕적이다. 진보의 입장에서 세금은 서로를 돕기 위한 수단이다. 노력을 권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에 사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성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공감하는 것도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세금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도덕적이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는 자기 나름의 도덕체계를 통해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 보수와 진보의 결정 배후에 도덕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결국 보수와 진보는 자신들의 도덕 체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자본주의식 체계에 물들어있는 타인은 공리에 의해 결정을 내린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런 접근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체계에 부합할 때에 설득된다. 이것이 “도덕, 정치를 말하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3. 진보의 착각과 패배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진보는 항상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희생하고, 남을 돕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이 곧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도덕적 우월성을 자랑하는 진보는 여러 곳에서 그 입지를 잃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더욱 심하다.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백인 남성들은 압도적으로 보수를 선택했다.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민주당의 실패는 도덕체계의 실패라고 말할 수 있다. 진보 진영은 종종 저소득층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불리한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을 납득하지 못했다. 보수는 사회보장제도를 줄이고, 부자들을 감세할 뿐만 아니라, 장학금과 학생들의 금융상품을 줄이면서 이들이 대학에 가는 것을 막는다. 이들이 보수당을 선택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여기에 허점이 있다. 만약, 사람들이 정치적 선택이 경제적 이득에 의한 것이라면 진보의 분석은 탁월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민주당이 자신들을 도덕적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보수를 선택한 노동계급들 또한 자신들을 도덕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둘이 생각하는 도덕이 다를 뿐이다.


진보가 보수를 설득할 때, “우리는 사회보장제도와 높은 세율을 통해서 너희에게 경제적 이들을 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은, 모욕적이다. 진보는 자신들은 도덕적이고, 보수는 경제적 이해관계만 따진다는 잘못된 도식에 빠지곤 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누가 봐도 괴짜인 도널드 트럼프는 보수가 느끼는 굴욕감을 전면에 내세우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보수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엄한 아버지 도덕체계를 가장 잘 상징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졌다. 낙태를 반대하고, 세율을 낮출 뿐만 아니라, 석탄과 제조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와 엄한 아버지의 권위를 세우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는 보수 입장에서는 비도덕적인 소수자 우대 정책을 파괴하고 다시 공정한 미국을 세운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움직임에 불을 지핀 것은 힐러리 클린턴의 “한심하고 혐오스러운 사람들(basket of deplorable)과 조 바이든의 “쓰레기들” 발언이다. 이에 분개한 노동자들은 트럼프가 쓰레기차를 타고 유세에 나서자 환호했고, 그는 그들의 분노를 정치적 에너지로 흡수했다.


이처럼, 진보의 도덕적 자아도취에서 오는 잘못된 접근을 그들을 노동자의 적으로 만들고 정치에서 패배하게 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도널드 트럼프 이후에도 민주당은 다시 집권할 수 없을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체계에 따라서, 세상을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먹고사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르크스가 이야기했듯이, 경제라는 하부구조과 관념적 상부구조를 형성하듯이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가 경제위기를 불러온 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의 무분 멸한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물가를 높이고, 경쟁력을 파괴할 뿐이다. 이를 반영하듯, S&P 500은 바닥을 잃은 것처럼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만이 좌파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한다면, 진보의 도덕성과 철학은 대중적 설득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상대방의 도덕체계를 읽어내고 그에 맞는 접근을 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yes, we can”이라는 구호를 통해 공감 프레임을 설정한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보수를 진보의 프레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타인이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라는 그룹 안에 넣은 그의 접근이 더욱 도덕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4. 경제역사와 도덕체계의 변화

지금의 미국의 정치에서 엄한 아버지 모델은 자애로운 어머니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세간의 예상과는 다르게, 압도적인 표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상원은 전체 100석 중 공화당이 51석, 그리고 하원은 전체 435석 중 공화당이 222석을 차지하고 있다. 대법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9명의 대법관중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대법관은 6명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엄한 아버지 모델이 항상 미국 정치에서 승리했을까?


미국의 건국과정을 살펴보면, 엄한 아버지 모델이 강한 힘을 가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 새무엘 헌팅턴의 “미국, 우리는 누 군인가?”에 따르면, 미국을 정의하는 정체성은 신대륙 개척자와 프로테스탄트 윤리다. 미국은 영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넘어온 이민자들이 건국한 나라다. 신대륙은 미지와 위험의 공간이다. 미지와 위험의 공간에서 시민들에게 요구되었던 도덕은 공감이 아니라, 자율, 책임, 권위, 자유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공간에서 자연과 원주민들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개척자들은 엄한 아버지 모델을 생존의 도구로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종교인 프로테스탄티즘은 자기 책임과 확신을 요구했다. 기존의 종교와 다르게 프로테스탄티즘은 구원은 지금의 행동과 관계없이 정해져 있다고 믿었다. 이에 사람들은, 자기가 구원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회에서의 성공과 도덕적 행동을 중요시 여겼다. 이처럼, 미국의 건국 초기에는 엄한 아버지 모델이 미국의 정체성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서 시장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고전자본주의가 득세했다. 고전자본주의는 엄한 아버지 도덕체계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지만,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빈부격차는 커져만 갔고, 불시에 불어 닥친 경제 대공황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냈다. 이에 사람들은 엄한 아버지 모델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공황이라는 위기 속에 이들은 공감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자애로운 어머니 모델을 채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정자본주의를 도입했다.. 이처럼, 한 국가에서 특정 도덕모델이 지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새로운 도덕체계가 소개되고 강화되고 지배한다. 지금의 미국은 강력한 경제발전에 비해 비루한 사회보장 체제에 대한 반동이라고 생각한다.


5.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다르게 진보가 집권하고 있다. 간혹, 박근계,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보수가 집권하긴 했지만 이들 모두 탄핵되었다. 또한, 최근래에 의회는 진보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도덕 모델이 우세할까?


대한민국은 일본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었고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을 겪었다. 한국전쟁 후,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를 경험했다.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민주국가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엄한 아버지 모델의 피해자로 살아왔기에 엄한 아버지 모델보다는 자애로운 어머니 모델이 더욱 강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진보가 정치적으로 승리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보수가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한민국은 유교 사상의 강한 영향을 받았다. 유교 사상은 예절과 강력한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사상으로 엄한 아버지 모델의 기반이 된다.


둘째, 대한민국은 일본의 침략과 북한의 남침등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였다. 박정희는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엄한 아버지 모델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실제로,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초기에는 엄한 아버지 모델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IMF를 통해 미국처럼 고전 자본주의의 문제를 온몸으로 받아냈던 대한민국은 자애로운 어머니 모델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진보로 발거음을 돌렸다. 또한 경제성장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했고 과거의 문제를 다시 상기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한 사회의 지배적 도덕체계는 바뀌기 마련이다.


6. 결말: 대단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도덕, 정치를 말하다”는 이전에는 생각지 않았던 방법으로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을 분석하는 대단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허점이 있어 보인다.


첫째, 진보와 보수가 내리는 대부분의 정치적 선택이 엄한 아버지 모델과 자애로운 어머니 모델로 분석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조금 부자연스럽다. 총기, 낙태등 몇몇의 주제에 대해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보수가 성 소수자를 싫어하는 이유가 엄한 아버지 모델에 도전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설명은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 성 소수자에도 남성형과 여성형이 있다. 그 안에서 남성형은 충분히 엄한 아버지 모델에서 엄한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평가가 고정관념에 기반한 태도일 수는 있지만, 보수의 도덕체계 자체로 설명되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둘째, “경제적 조건과 도덕적 체계 중 어느 것이 원인이고 결과인지에 대한 인과관계의 선후를 명확히 하기 어렵다. 나는 위의 미국과 대한민국의 정치를 분석하는 섹션에서 경제상황이 도덕체계의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분석했다. 나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 침체 혹은 발전에 대한 열망이 새로운 도덕체계를 개발하고 채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조지 레이코프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선택에도 인간의 자아를 구성하는 도덕체계의 지배를 받는 무의식적 선택이 다른 경제상황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진보가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보수를 설득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현 방법이 보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고 하는 그의 시선은 대단히 설득적이다. 특히 지금 우리 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보수적 시각이 아니라 진보적 시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난민, 미국중국의 신냉전등은 대립이 아니라 조화와 공감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엄한 아버지 모델이 추구하는 자립과 대립 그리고 형벌에 의한 행동의 변화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엄한 아버지 모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 우리가 처한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어떤 이론도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 다른 도덕체계를 지닌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중요한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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