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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매매, 생명의 거래인가 인권의 침해인가?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장기 매매 찬성주장


(1) 장기 매매의 합법화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장기 이식을 위한 기술과 인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정작 ‘장기 부족’으로 인해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국가 장기 기증 시스템에 이름을 올리거나 가족에게 장기를 기증받는 것이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특히 자동차 안전기술의 발전으로 뇌사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장기 기증 가능성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시스템은 이타성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장기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입니다. 따라서 금전적 유인을 통해 기증 의향이 있는 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기의 공급량이 늘어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장기를 파는 사람의 인권”을 우려하지만, 정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권리는 바로 ‘살 권리’입니다. 다른 모든 권리는 생명과 건강을 전제로 합니다. 더불어, 장기를 판매한다고 해서 생명을 잃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훼손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장기 매매를 합법화해야 합니다.


(2) 장기는 개인의 소유이며, 개인의 선택 자유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장기는 개인의 신체 일부로,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소유입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자기 소유에 대해 자유롭게 처분할 권리를 갖습니다.


또한 행복은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개인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개념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장기 매매로 얻은 금전이 가족의 병원비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선택을 본인의 행복 추구로 여긴다면, 그것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3) 장기 매매 합법화는 암시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장기매매는 불법이라 암시장만 키우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생명을 위해 불법이라도 암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시장의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a. 수수료와 위험 부담으로 인해 가격이 비쌈


b. 의료 인프라 부족, 무자격 의사로 인해 시술 환경이 위험함


c. 범죄 조직이 납치, 사기로 장기를 확보하는 등 범죄를 유발함


반면, 정부 주도로 합법적이고 안전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장기 매도자와 수요자 모두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4) 장기 매매는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장기이식은 단순히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삶을 통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가족의 간병 부담도 줄여 사회 전체의 효율성도 높아집니다.


경제학자 Mark Schnitzler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이식은 건당 약 1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합법화된 장기 이식이 확대되면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장기매매 반대주장

1) 장기 매매는 인간을 수단으로 취급하는 비인간적 행위입니다

장기 매매를 찬성하는 측은 “장기를 사고파는 것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선택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인간을 상품처럼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현대 사회에서는 노예가 될 자유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노예 계약은 자유를 포기하는 비인간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기를 매매하는 행위 또한 인간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부품’처럼 다루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존중하는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에 어긋납니다.


(2) 장기 매매는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절박함에 의한 강제 선택’입니다

장기를 파는 사람은 대부분 가난, 채무, 가족의 병원비 등 외적인 압력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선택은 진정한 자유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외부 조건이 있는 선택은 모두 비자유적이라고 본다면, 자유로운 선택은 세상에 없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장기 매매처럼 되돌릴 수 없는 신체적 손상이 따르는 경우, 우리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자유의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비가역적 피해를 강요받는 상황은 방지되어야 합니다.


(3) 장기 매매는 오히려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듭니다

장기를 파는 사람은 대체로 저소득층이며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장기 하나를 팔아 큰돈을 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후 건강 악화로 인해 기존 직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즉, 장기매매는 단기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생계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고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4) 장기 매매는 대체 장기 기술의 발전을 방해합니다

현재 돼지 장기나 기계 장기를 이용한 대체 장기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이 상용화된다면, 누구도 손해 보지 않고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 매매가 합법화되면, 기업이나 정부는 상대적으로 더 쉽고 빠른 장기 공급 방식인 ‘인간 장기 시장’에 의존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 대체 장기 연구는 투자 유인이 줄고 발전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생명윤리와 기술 발전 모두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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