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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민족주의, 미사일/ 인도-파키스탄 분쟁

2024년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의 파할감에서 무장 괴한들이 관광객 26명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이 공격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며 5월 7일 정밀 미사일로 보복에 나섰다. 파키스탄도 인도 영토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고, 최소 10명이 사망했다.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파키스탄 간의 충돌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The Economist》는 이번 충돌이 단순한 국지적 소모전을 넘어, “전면전과 핵전쟁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카슈미르: 분쟁의 뿌리

1947년, 인도 제국을 통치하던 영국정부는 인도 내 소수 무슬림들이 차별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무슬림 중심의 파키스탄으로 분할해 독립시킨다.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은 무슬림이 대다수 지만 힌두교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카슈미르 왕은 인도와의 합병을 선택했는데, 카슈미르 지역 무슬림들과 파키스탄은 반발했다. 합병 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전쟁이 발생했고, 유엔의 중재로 지금의 실질 통제선이 설정되었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두 나라 모두 카슈미르 영토 전체에 영유권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인도: 민족주의 정치와 종교 갈등

인도 무디 행정부는 아삼, 구자르트 등에서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 특히 무디는 구자르트 주 총리 시절, 무슬림 학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구자르트에서 힌두 민족주의 이미지를 얻었고 이를 통해 인도 총리가 되었다.


파키스탄: 무장단체와 군부의 그림자

반면에, 파키스탄 정부는 카슈미르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4월 22일,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저항전선(resistance force) 또한, 파키스탄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라고 인도는 주장하고 있다.


(2)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분쟁이 위험한 이유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 보유국으로 두 나라의 분쟁은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핵 보유국끼리 상호파괴가 두려워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은 이제까지 진리로 받아들여졌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MAD는 두 나라가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전쟁은 물리적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나라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핵전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핵전쟁을 한다면, 두 나라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고 이는 가장 강력한 억제책이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첫째, 파키스탄은 내부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국민들은 지속적인 경제위기에 절망하고 있고 2022년 말부터 독실한 강경파 아심 무니르 장군이 이끄는 군부가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종교적 열망에 사로잡히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반면에 인도는 갈수록 부유한 나라가 되고 있다. 현재 인도의 GDP는 파키스탄의 10배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흥국이다. 인도의 부상은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고 이는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 나레드라 무디 총리는 국내에서 민족주의를 이용해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최근 선거에서 진 그의 정부는 다시 민족주의를 이용하려고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파키스탄과의 분쟁을 이용할 수 있다.


셋째, 미국의 관세전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등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인도 파키스탄 분쟁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미국의 영향아래 있고, 파키스탄은 IMF와 중국의 영향아래 있지만 이들 모두 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핵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인도-파키스탄의 경우는 다르다. 두 나라 모두 내부 정치적 위기를 외부 전쟁으로 돌릴 유인이 있고, 국제사회는 이를 경고하거나 중재할 여유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UN, 미국, 중국 등 주요 행위자들은 지금이라도 외교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 카슈미르에서의 테러가 아시아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지기 전에 말이다.


참고기사: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5/05/07/luck-stands-between-de-escalation-and-disaster-for-india-and-paki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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