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회의 세금, 기분 나쁨을 감당하는 용기

혐오발언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해치는가?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왜 중요할까?

첫째, 시민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권력자들이 잘못한 일을 비판하고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표현의 자유는 선거라는 제도를 실현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다수결에 기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의 의견은 쉽게 묻혀버릴 수 있다. 그러나 소수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타인을 설득해 결국 다수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는 선거가 가진 가장 큰 약점을 보완해주는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혐오발언(hate speech)**이다.

혐오발언이란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출신 국가 등 특정한 정체성을 근거로 편견, 증오, 차별, 폭력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표현을 말한다. 현실에서는 종종 다수 집단이 소수 집단을 조롱하거나 배제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혐오발언이 사용되곤 한다. 그래서 많은 국가, 특히 유럽에서는 혐오발언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The Economist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혐오발언은 정말 처벌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아가, 혐오발언을 금지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사회에 더 큰 문제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혐오발언을 처벌하는 것은 정당한가?

첫째, 혐오발언은 실제 피해보다 기분 나쁨을 문제 삼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쾌함은 우리가 열린 사회에 살며 감당해야 할 '세금'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면 다른 인종 커플이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것을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커플을 처벌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발언이 나의 정체성에 상처를 준다고 해서, 그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그것은 표현의 자유가 전제하는 기본적 원칙을 부정하는 셈이다.


둘째, 기분 나쁨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사람은 상처받고, 어떤 사람은 웃으며 넘긴다. 욕설조차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친근감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관된 기준이 없고 수치화도 어려운 감정을 법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혐오발언 금지가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

첫째, 권력자의 무기로 전락할 수 있다.

예컨대 스페인에서는 국왕을, 독일에서는 정치인을 모욕하는 것이 범죄다.

혐오발언의 모호함은 권력자에게 자신을 비판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무기를 제공한다.


둘째, 사회적 분열을 촉진한다.

혐오발언 금지법은 특정 집단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

그 결과, 보호받지 못하는 집단은 소외감을 느끼고 "우리도 보호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 흐름이 반복되면 점점 더 많은 주제가 **‘금기어’**가 되어, 공론장이 위축된다.


셋째, 소수자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

진정한 보호는 혐오에 맞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 대신 싸워주면, 소수자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대신 피해자 코스프레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 법적 보호가 사라진다면, 그들에게는 자기 방어의 수단조차 남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The Economist는 혐오발언을 법으로 억누르는 대신, 아래와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1. 자유주의적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

2. 사회적 규범, 기업의 인사규정 등을 활용하자.

3. 형사처벌은 미국 수정헌법 1조처럼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4. 명예훼손은 민사소송으로 전환하고, 권력자 비판은 더욱 보호해야 한다.

5. 스토킹과 폭력 선동은 처벌하되, 모호한 ‘혐오 표현’ 개념은 폐기하자.


마무리하며

기분 나쁨은 열린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세금이다.

우리는 그 순간의 불쾌감을 피하기 위해 처벌이라는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금자탑을 허무는 일이 될 수 있다.

진정한 표현의 자유는 내가 싫어하는 말도 존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그 자유를 지킬 때, 소수도 다수가 될 수 있고, 사회는 더 건강한 논쟁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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